목회 여정 중에 ‘악인의 형통, 선한 이의 고난’이라는 아주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을 사역 현장에서 경험할 때마다 궁색하지 않게 나를 지탱해준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C S, 루이스, 알리스터 맥그래스, 제임스 패커, 스탠리 하우어워스, 토마스 G 롱, 달라스 윌라드, 톰 라이트 등등의 선생님들입니다. 그들이 대신 전해준 신정론적인 변증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서 힘을 얻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 근래에 이들 부류에 뉴욕 리디머 교회의 담임목사인 팀 켈러 목사를 개인적으로 삽입했습니다. 사실, 팀 켈러를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은 제게 그리 큰 모습으로 다가온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만난 ‘왕의 십자가’(두란노)에서 별로 큰 재미를 못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선입견이 있어서 그랬는지 그의 후속 작품들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그를 재조명하며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그의 역작인 ‘예수를 만나다’(베가북스 간)를 접하면서입니다.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한 예수에 대한 해제(解題)는 책의 뒷면에 기록한 그대로 저에게도 ‘벼락같이 내리치는 깨우침’이었습니다. 켈러는 종교의 무덤이라고 지성들이 동의하는 뉴욕 맨해튼에 세운 교회인 리디머 교회의 목회자로 승리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승리를 거머쥔 그가 책에서 역설한 노하우는 놀랍게도 ‘방법’이 아니라 ‘예수’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맘몬신이 지배하고 있는 뉴욕, 그곳에 살고 있는 세속적 지성인들을 열광시키며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가는 이 기적의 근원이 아주 촌스러운 예수라는 본질은 제가 추구하는 목회신학적인 맥과도 일맥상통하기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그가 후속작(後屬作)으로 내놓은 ‘내가 만든 신’, 그리고 ‘설교’, ‘탕부 하나님’, 센터 처치‘ 등등은 제게 대단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주간에 그가 2019년에 출간한 ‘하나님을 말하다.’를 만났습니다. 앞에 열거한 선생님들이 먼저 싸웠던 기독교에 대한 변증을 뉴욕이라는 21세기 무신론 바벨탑의 본부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맏짱 뜬 그의 현대적 변증서인 ‘하나님을 말하다’는 너무 통쾌한 현대판 예언서였습니다. 나를 더욱 더 흥분하게 만든 것은 이 책에서 저자는 무신론자뿐만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아주 야비하고 계산적인 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도 이 책 여러 곳에서 핵 펀치를 날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선한 행실로 구원을 받았다면 하나님이 요구하거나 겪게 하실 일에 한계가 있을 겁니다. 세금을 내고 ‘권리’를 얻는 식이랄까요? 스스로 의무를 다하고 나면 일정한 수준의 삶을 살 자격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하게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면 하나님으로서는 제게 요구하지 못할 게 없을 거라는 말씀이죠.”(p,283) 뉴욕 리디머 교회에 갓 나오기 시작한 여성이 어려서부터 줄곧 교회를 다녔지만 복음과 종교를 구별하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언제나 선하게 살면 하나님이 받아주실 거라는 기분 좋은 이야기만 들었는데 리디머 공동체에 나오면서 켈러가 전하는 상당히 불편한 새로운 메시지를 들어 겁난다고 말하면서 전해 준 고백입니다. 전율하는 것은 팀 켈러는 여성 신자의 이 내레이션에 이렇게 사족을 붙였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은혜와 감사의 역학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같은 페이지) 하나님을 말하는 우리들이 너무나 잘못 알고 있는 오류들을 냉철한 지성과 감동적인 영성으로 재조명해 준 이 책은 랭던 길키의 ‘산둥 수용소’ 이후, 아마도 최고의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주간에 서울에서 주의 사역을 아름답게 감당하고 있는 지인 권사님께서 제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팀 켈러의 책을 추천해 달라고. 기쁨으로 앞서 열거한 책들을 소개했습니다. 그 권사님도 은혜와 감사의 역학을 관통하고 있는 지체라. ‘하나님을 말하다.’ (두란노 간, 2019년)
우리 세인 교우들도 꼭 한번 섭렵해 보는 기회들을 가져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