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1주년에 부쳐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뛰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힘을 다해 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힘을 위해 달린다. 네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마찬가지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호아킴 데 포사다, 엘런 싱어 공저, “마시멜로 이야기”, 한국경제신문,pp,121-122.) 베스트셀러인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성공한 기업가인 조나단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유언처럼 남겨준 정신 중에 지렛대 같은 역할을 해준 금언(金言)입니다. 문득 창립 11주년을 맞이한 오늘, 담아두었던 이 금언을 다시 무대 수면 위로 올려봅니다. 지난 11년, 저는 사자였고, 가젤이었습니다. 조금 통속적인 표현으로 말한다면 살아남기 위해 매일 아침, 일어나면 달렸습니다. 달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목사 냄새가 나지 않는 것 같아 다시 목사로 돌아와 봅니다. ‘살아남기 위해’ 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렇게 바꾸겠습니다. 그냥 목사로서 부름을 받고 올곧은 목사로 살기 위해 노력하다가 나에게 임했던 상식적이지 않았던 일체의 일들 때문에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달렸습니다. 그냥 내가 걸었던 길과 선택했던 삶이 목사로서 마땅히 실천해야 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걸었던 11년, 미성숙했던 것이 있고, 시행착오를 곁들인 부분적인 결과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회한(悔恨)의 내용으로 삼기보다는 앞으로의 삶의 여정에서 내 목양의 삶과 천로역정이라는 대의를 이루어가는 데 필요한 마중물로 삼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달려온 11년은 그래서 은혜였습니다. 창립 11주년을 맞이한 2020년은 대단히 숨 가쁜 지난 4개월이었습니다. 재론의 여지가 없는 코로나 19라는 괴물 앞에서 당황했던 4개월이었기에 말입니다. 경험이 없었던 일을 마주쳤기에 반응하기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공식대로 풀면 답을 얻을 수 있는 수학문제가 아니기에 당혹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지난 두 달 이만하면 선방한 것 같습니다. ‘나성(대한 기독교 나사렛 성결교회)’으로의 교단 가입에 필요한 교회의 행정적 절차는 끝났고, 제가 마쳐야 하는 교단 가입의 요구조건만 남아 있기에 교단 가입의 9부 능선을 넘은 것도 창립 11주년을 맞는 세인에게는 또 다른 뉴스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6명의 지체들을 추대하고 세우는 임직 예식을 집례하면서 그 동안 수고했던 지체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11주년 기념주일은 감격의 주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담임목사로 11년 세인을 섬길 수 있었던 지나온 세월의 지난(至難)함을 보상 받는 것 같아 창립 주일은 감격적입니다. “사랑은 살아 있는 방법이라네.”(미치 엘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세종서적, p,175.) 왠지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모리 교수가 사랑하는 제자 미치에게 던져준 말을 교회 생일 11주년에 세인 지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지는 주일입니다. 지난 11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담임목사의 목회적인 신학과 사역에 박수쳐주며 건강성을 인정해 준 그래서 함께 사자처럼, 가젤처럼 함께 달려준 세인 지체들에게 이렇게 당부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세인의 가족 여러분! 계속해서 살아 있는 방법을 누구에게나 보여줍시다. 중단 없이 계속해서.”
그리고 한 가지 더, 11번째 생일을 정말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