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이루는 교회
교회 정원에 개척 초기에 심었던 느티나무가 푸른 잎들을 내며 활짝 피었습니다. 역시 5월은 신록의 계절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느티나무는 지금은 너무 아름답게 피었지만, 실은 이야기가 있는 나무입니다. 지금의 나무는 세 번째 만에 혹독한 환경을 이겨준 귀한 나무입니다. 지금 느티나무가 세워져 있는 토질은 물이 많이 나는 곳이었기에 한 번은 심자마자, 또 한 번은 어느 정도 자라다가 고사하고 만 아픔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 심은 지금 나무는 이런 아픔을 당한 후라 고육지책 끝에 땅을 돋우기로 하고 평지보다 약 50CM 정도 높은 지경을 만든 후 심은 것입니다. 심는 이 모두는 이번에도 나무가 고사하면 도무지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라고 생각을 하고 포기할 셈이었습니다. 헌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심은 나무는 우리 교우들의 간절한 소망을 알았는지 감사하게도 보란 듯이 생장해 주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해마다 이맘때 즈음 되어 피어나는 느티나무의 푸르른 잎들을 보면 일반의 감사보다 배나 더한 감사의 마음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지난 주간, 김흥식 집사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나무가 심어져 있는 반대편 쪽이 조금은 허전하다는 마음이 들어 포도나무를 심어보고 싶다고. 감사했지만 전술한 사정을 잘 모르는 집사님이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무가 생장하게 된 스토리를 알려드렸고, 이후 집사님은 포도나무를 정성껏 심었습니다. 저는 김 집사님이 포도나무를 심는 이유에 대하여 나름 짐작합니다. 현섭이가 다시 호흡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무한한 감사, 그리고 포도나무가 자라나는 과정을 교회에서 매년 볼 때마다 하나님께 대한 은혜와 감사의 복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그 마음을 말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에게는 기쁜 부담이 더 하나 생겼습니다. 포도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라도록 기도의 물을 주는 부담 말입니다. 저 역시 포도나무가 잘 자라주는 모습을 보면서 현섭이의 건강과 지속적인 성장을 당연히 기도하게 될 터이니 말입니다. “나무도 흔들린다. 아무리 큰 나무도 흔들린다. 큰 나무는 더 많이 흔들린다. 밑에서는 모르지만, 바람이 불 때 나무 위에 올라가보면 큰 나무가 멀미가 날 정도로 많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땅이 흔들린다고 생각될 정도로 흔들린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다.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 숲을 이루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신준환, “다시 나무를 보다”,p,153) 너무나 큰 울림을 주는 나무 박사의 말입니다. 담임목사는 지난 달, 포도나무를 심은 김흥식 집사와 더불어 우리 세인 공동체에 속해 있는 모든 지체들이 어우러지는 숲이 되어준 것이 너무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이룬 세인 숲은 이론으로 설명 불가능한 세상을 살리는 영적인 피톤치드를 발산하리라 것 또한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거룩한 욕심을 하나 더 품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너무 잘 알고 있는 장 지오노가 ‘나무를 심는 사람’에서 소개해준 ‘엘제아르 부피에’의 마음으로 세인은 계속해서 사람을 살리는 영혼의 피톤치드를 중단하지 않고 내뿜어 주는 숲을 이루리라는 기대감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제 마음의 은사이신 고 신영복 선생님이 인자한 음성으로 들려주셨던 이 말이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