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섹시 심벌 하면 떠오르는 여배우는 단연 마릴린 먼로입니다. 몇 주 전부터 시사 IN에서 편집국장을 역임했던 문정우 기자가 쓴 ‘나는 읽는다.’(시사IN BOOK 간)를 아주 재미있게 저야 말로 읽고 있습니다. 책에서 문 기자는 일본의 문필가이자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인 요네하라 마리가 쓴 ‘대단한 책’을 서평하면서 아주 위트 있는 유머를 하나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옥에 떨어진 옛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는 수많은 벌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는 명령을 받는다. 레닌은 바늘 산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고, 스탈린은 펄펄 끓는 열탕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웬걸 흐루시초프는 마릴린 먼로와 포옹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흐루시초프와 같은 벌을 고른 브레즈네프에게 저승사자가 짜증을 내며 소리를 쳤다.” ‘무슨 소리야 저건, 마릴린 먼로가 받고 있는 벌이야.’ 저는 이 글을 읽다가 묘한 생각에 젖어 들었습니다. 인간은 항상 자기 입장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해석들을 하는 유일한 이기적 동물들이라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을 말입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의 왕이라고 불리는 육식 동물들은 자기들의 배가 부른 이상 결코 사냥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상식으로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동물 중에 저장 탱크에 시도 때도 없이 잔고를 채워놓는 인생은 인간뿐입니다. 그런 이유는 다른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너무나 선명한 대답인 욕심 때문입니다. 지난 주간에 6.4지방 선거가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통쾌하게 지켜 본 선거의 결과물 중에 하나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입니다. 아, 혹시 오해는 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진보적인 색채의 교육감이 당선되었으니 초록이 동색이라고. 제가 이 선거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영적인 측면입니다. 누구도 이번에 당선된 당선인을 서울시에서는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교육감 후보, 여론과 방송을 통하여 이미 스타덤에 있었던 인지도 100점의 모 후보의 당선은 따 논 당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결과는 둘 다 낙선이었습니다. 서로가 물고 물리는 네거티브와 비방 고소 고발로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에 유권자들이 가뜩이나 세월호의 충격으로 인해 기존 교육에 분노와 진절머리가 났던 차에 그 한 복판에 있었던 자들의 아연실색케 하는 이전투구를 보면서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린 결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브레즈네프에 입장에 서서 유익을 구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 유익을 구할 자격이 본인에게 있는지 없는지는 조금도 중요하거나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릴린 먼로를 품에 안으려고 합니다. 사정이 이 지경이다 보니 마릴린 먼로의 치욕과 아픔은 전혀 논외로 만들고, 배제시키는 것이 오늘의 비극입니다. 저는 목사이다 보니 이번 선거도 영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바울이 거짓 율법주의자들을 통해 와해되고 있는 갈라디아교회 지체들을 향하여 외쳤던 일성이 우리 사회에 밝은 빛으로 비쳐주는 각성의 바로미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갈 5:15) 흐루시초프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마릴린 먼로, 진짜 지옥의 삶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