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안성 사랑의 교회 수양관을 찾았습니다.
전반기 사역을 마치고 뒤를 돌아보아야 할 부분과 또 나아가야 할 후반기 사역을 점검하기 위해서 성산에 올랐습니다.
수 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없었던 왠지 복장을 단정히 해야 할 장소가 생겨 산책을 하다가 발걸음을 그리로 옮겼습니다.‘은보 고 옥한흠 목사 의 묘’였습니다.
이정표를 따라 가다보니 몇 해 전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옥 목사님의 묘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묘였지만 사랑의 교회 성도들이 얼마나 옥 목사님을 사랑했는지를 가늠하기에 충분한 잘 정리 된 묘지에 도착을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 은보 옥한흠 목사 여기 잠들다.”
가만히 선배 목사님의 묘지 앞에 서자 부르르 떨림이 있음을 느꼈습니다.2007년 부활절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마련된 임시 강단에 서서 피를 토하던 설교를 하던 그 분의 목소리가 그곳에서 다시 들렸습니다.
“이놈이 죄인입니다. 이 놈이 한국교회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용서하여 주옵소서. 그럼에도 감히 기도합니다. 주여 한국교회를 살려주옵소서.”라고 암 투병 중의 나약한 육체로 인해 하얀 거품을 흘리며 울부짖던 그 분의 목소리가 나의 폐부로 메아리쳐 들어왔습니다.
평생을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로 살면서 또 한국교회의 성도들 역시 동일한 제자로 만들기 위해 제자훈련에 미쳤던 목사는 그의 묘비에 마저도‘제자’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형교회 목사들에 대하여 여지없이 서슬이 시퍼런 칼날을 들이대며 설교 비평을 독설의 수준으로 지적했던 정용섭 목사도 당시 그 비평서에서 유일하게 제자훈련에 미쳤던 그 분의 열정에 긍정의 평가를 내렸던 것만 보더라도 은보의 한 우물 파기 목양은 사랑의 교회뿐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내적인 성숙을 이루는 은혜로운 걸음이(恩步) 된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들의 선배로 한국교회에 눈물을 뿌리며 사역하신 분들이 어찌 은보뿐이겠습니까?
그들이 일구어 놓은 헌신의 씨앗들을 통해 그 열매를 먹고 사는 저를 비롯한 목회자들이 그 어려웠던 시절 선배들의 영성을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까요?
한국교회가 거대한 공룡으로 전락되어 있는 지금, 표절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당신이 세운 그토록 사랑했던 사랑의 교회 수양관에 있는 은보 옥한흠 목사의 묘지 앞에서 정말로 선배 목사님이 그리워지는 것은 혹시 저만의 센티멘털인가요?
묘지 앞에서 그 분께서 머리를 숙이며 묵상기도 중에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여기에 묻힌 당신의 사랑하는 제자의 기도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잊지 않으셨지요? 현재진행형. 주여, 한국교회를 살려주옵소서.”
묘지를 떠나 숙소로 돌아오는 데 유난히 새들의 지저귐이 심한 것을 보고 은보의 중보처럼 여겨졌습니다.
나도 호흡이 있는 동안 은혜로운 발걸음을 한국교회를 위해 내딛는 목사로 살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