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부산 서면(지금의 예동 교회)교회에서 전담 전도사로 11개월을 사역했다. 부교역자 시절의 전(全)이력이다. 결혼 예정일은 익년 3월, 사역지 부임은 12월 말이었으니 말 낯설고, 물 설은 곳에서 총각 전도사로 3개월을 기적적으로 지냈다. 당시 전도사 사택, 여전도사 사택, 사찰 집사 사택이 한 공간 안에 있었던 따지고 보면 아주 불편한 공간이다 보니 사생활 보장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부교역자들에게 교회에서 인색했는지. ㅠ. “전도사님 예, 김치찌개 지긋하지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우리 은미 아빠가 그러데예, 전도사님은 오늘도 김치찌개 또 끓였다아이가”
사찰 여집사님의 전언이 이랬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할 수 있던 요리가 라면 끓이기, 김치찌개 하기, 둘 밖에 없었기에. 그렇게 본인 아니게 웃픈 추억이 나에게 있다. 아내가 고등학교 동기동창들과 3박 4일 꿈에 부푼 여행 중이다. 떠나기에 앞서 먹을 반찬을 고스란히 해놓고 가서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면 되는데 왠지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 추억의 요리를 했다. 먼저 아껴둔 묶은 김치를 꺼내 먼저 약간 볶고, 그 옛날에는 굵은 멸치가 있어 재료로 사용했지만 오늘은 고추참치로 간을 대신해서 끓이기를 시작했다. 남들이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겠지만 난 항상 달걀을 풀어 찌개에 넣는다. 그렇게 쎈 불과 중간 불로 번갈아 10분 정도 끓이자 완성된 김치찌개가 적어도 나에게는 최고의 반찬으로 탄생되었다. 오늘 저녁은 30년 전, 추억을 양념 삼아 환상적인 저녁을 먹었다. 친구 목사들이 아내에게 너무 대접받는 종자라고 베드윈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놀리는데 홀로서기에 성공한 오늘은 내가 자랑스럽다. 가끔 아내에게 자유 시간을 주어야 하겠다. 30년 동안 고생만 죽도록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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