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사사기 9:22-25 제목: 평등이 아닌 공평으로 재일학자인 강상중은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사계절 간, 2017년)에서 악에 대한 관대함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 혹은 아닌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지금까지의 사회가 지지하던 객관적 가치 기준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제는 무엇이든지 다 괜찮다는 식으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p,52) ‘이제는 무엇이든지 괜찮다.’는 논리가 악의 정체일 수 있다는 강 교수의 부침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습니다. 본문은 ‘무엇이든지 괜찮다’고 동의해 준 결과, 결코 세워서는 안 될 불량자 같은 아비멜렉을 왕으로 추대했던 세겜 사람들이 불과 3년 정도의 허니문 관계를 끝내고 그에게서 돌아서는 행보를 감행했음을 알려주는 보고서입니다. 본문 23절 후반절은 이렇게 보고합니다.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배반하였으니” 그리고 이어지는 25절에서 배반의 내용을 알려줍니다. “세겜 사람들이 산들의 꼭대기에 사람을 매복시켜 아비멜렉을 엿보게 하고 그 길로 지나는 모든 자를 다 강탈하게 하니 어떤 사람이 그것을 아비멜렉에게 알리니라” 세겜에 사는 사람들이 강도들이 되어 무역상으로 혹은 방문객으로 세겜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들의 물건과 소유를 강탈하는 강도짓을 했다는 말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누구든지 세겜을 지나는 사람들은 강도를 당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세겜을 기반으로 전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맹주가 되고자 했던 아비멜렉에게는 치명적인 흠을 입히는 꼴이 되었고, 그 결과 아비멜렉의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히는 치명타가 되었습니다. 아비멜렉에게는 치욕이었습니다. 이 두 구절의 묵상으로 접근하면 여기까지 내용이 주는 교훈은 마치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격언에 합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 텍스트에서 가장 주목할 구절은 23절입니다. “하나님이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 사이에 악한 영을 보내시매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배반하였으니” 이 구절은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합니다. 잘못 접근하면 하나님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세겜 사람들을 부화뇌동하여 폭력을 동원하면서 강도짓을 하게 한 장본인으로 지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폭력을 용인하고, 불법을 저질렀던 세겜 사람들의 앞잡이처럼 떠밀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 본문 텍스트 23절이 시사하는 팩트는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 하나님은 평등(equality)의 하나님이 아니라 공평(equal justice)의 하나님이시라는 교훈입니다. 하나님께서 세겜 사람들에게 보내신 것이 악한 영이라는 데에 주목하고 하나님을 비난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신앙인의 좌표가 아닙니다. 왜? 신앙인의 좌표는 하나님의 일하심의 결과에 주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필자는 하나님에 관한 이런 저런 일들을 이론적인 접근을 통해 기승전결의 논리로 해석하고, 철저한 이성을 중심으로 평가했다면 결코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약간이 아니라 거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데에 0,1도도 치우침이 없습니다. 왜? 하나님의 일하심의 방법과 결과를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불법을 행하고, 편법을 저지르는 자에 대하여 관대하지 않으십니다. 그들에게는 사랑이라는 속성이 아니라 공의(righteousness)라는 속성으로 접근하십니다. 이 일하심은 신자의 입맛에 맞는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닙니다. 전적인 하나님의 주권인 것입니다. 다만 필자가 수용하는 것은 그 일하심이 공평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악한 영을 보낸 것에 대한 이유(why)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내실 수밖에 없었던 하나님의 당위(perfect reason)가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죄’를 ‘죄’라고 지적하지 못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괴물과 같은 단어로 부를 것을 종용하는 이 시대, 혹은 죄는 죄가 아니라 ‘기호’ 이자 ‘선택사항’이라고 말하라고 압박하는 오늘입니다. (김영봉, “가장 위험한 가도, 주기도”, IVP,2013년,p,163.) 독자 여러분! 살벌한 시대에 놓여 있는 우리들이지만 무엇이든지 다 괜찮아, 평등의 하나님이 이해하실 것이라고 더욱 노골적으로 성서를 유린하고 있는 이때, 하나님은 공평하게 대하시는 공의의 하나님임을 각인하고 믿음의 경주를 더 잘 달려가는 우리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