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100번째 독서를 마치며2024-12-10 18:11
작성자 Level 10

XL.jpg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동주와 빈센트 - ‘에서, 저녁달, 42)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위의 책 참회록에서, 218)

 

지난 한 달, 목사로 산다는 것이 이토록, 치열하고 또 치열한 일일까를 수백 번 되뇌며 성찰하며 또 성찰했다. 깊은 잠을 잤다. 악몽을 꾸며 가위에 눌리며 한밤을 지새웠다. 모든 활동을 멈추었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아서.

2024년 가리산지리산 달리다 보니 윤동주, 빈센트 반 고흐와 친구하면서 100번째 독서를 마쳤다. 벌써 년, 100권 독서를 사명으로 알고 달려온 시간이 많이 흘렀다. 독서의 내공이 쌓여가는 감사가 크지만, 아주 가끔은 이게 또 다른 우상은 아닐까 싶어 두려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은퇴의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기에 마지막 시기에 사역해야 하는 아들에게 남겨야 할 유언을 글감으로 만들어 놓아야 하기에 마음이 급한 게 사실이다.

아들, 29세라는 정말로 믿기지 않은 나이에 이 무시무시한 시어들을 남기며 조국을 위해 울었던 윤동주 시인을 생각했다. 오늘, 이 땅의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동주의 시는 아버지를 다시금 다잡이 해주는 시금석 역할을 했다. 이 책을 아들이 보는 날, 아버지가 이 땅에 없을 수도 있겠지만, 동주 님같은 지성적 영성으로 아들의 거울을 닦아가는 남은 자 목사로 잘 서주기를 바란다. 2024, 1210일 오전 1127)

책 뒤에 아들에게 남긴 사족이다.

아들과 며느리가 현장에서 사역하는 오늘, 그리고 내일은 악몽을 꾸지 않는 날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