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을 출입하는 대문을 어제 수리했습니다. 거의 열리지 않는 상태가 되어 더 이상은 그대로 놔둘 수가 없어서 교회를 건축할 당시 시공 업체에게 문의하여 수리를 완료했습니다. 겨울이 되자 더 더욱 출입 문짝을 여닫을 수 없는 상태가 심해져 저나 아내가 온 몸으로 밀어내야 간신히 문을 열 수 있는 난감한 상태가 되어 이렇게 방치하다가는 사택 출입 구 쪽 구조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업체를 불러 수리를 완료했습니다. 겨울 내내 고생했던 대문을 수리 완료하고 나니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은 기쁨이 있었습니다. 수리를 미뤘던 것은 혹시나 교체를 하게 될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심산이었는데, 수리를 하고 난 뒤에 결과는 허탈할 정도였습니다. 시공 업체 관계자가 문짝 상태를 보더니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두 가지였습니다. 자동 개폐 장치의 이음새가 많이 튀어나온 상태라는 것을 알고 이음새 부분을 망치로 두들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이음새 키(key)가 들어가는 조립물의 나사를 타이트하게 조였습니다. 제가 옆에서 본 수리의 내용 전부입니다. 수리에 소요된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되는 듯했습니다. 수리를 마치고 났는데 온 몸을 던져 완력을 밀어내야만 간신히 열렸던 문짝이 손으로 가볍게 밀어도 잠기는 신비한(?) 기적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수리를 위해 들어간 비용은 망치 두들기기와 나사 조이기였습니다. 시공 업체 기사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많이 불편하셨을 텐데 조금 빨리 불러주시지 그러셨어요. 망치로 두들긴 부분이 외형상 조금 찌그러져 미관상 아쉽지만 사용하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실 겁니다. 목사님, 안녕히 계십시오.” 문을 닫으면 전혀 보이지 않는 부분인데 찌그러지면 어떻고, 파이면 어떠냐는 마음이 들면서 두 가지 소회가 임했습니다. 첫째,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그리고 수리는 담당 전문가에게. 둘째, 고장 나면 미련 떨지 말고 빨리 불러 수리하자. 글을 쓰면서 목사의 직업의식이 발동했습니다. 나는 얼마만큼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목사일까? 단 10분 만에 진단하고 수리를 끝낸 기사보다 더 월등한 목사로서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가? 수리를 1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조금 더 민감하게 공부하는 목사가 되어야 하겠다는 거룩한 오기가 스며들었습니다. 교우들이 전적으로 만족해 할 수 있는 목사로서 흔들림이 없는 전문성을 겸비한 목사가 되는 것은 지금도 나에게는 미션임을 문짝을 고치면서 절감했습니다. 사택 문이 닫히는 소리가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문짝을 고치고 나니 왠지 큰 짐 하나 내려놓은 홀가분함이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부를 걸 그랬습니다. 무식이 용감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선배들의 말은 정답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