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일일까요? 저도 내심 염려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3년 꼼짝도 하지 못했던 쓰리고 쓰렸던 아픔을 쓰다듬기로 하며 결정했습니다. 20대 끝자락에 밀양에 있는 농촌 교회 담임전도사로 부임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더 추웠는지 밀양 촌구석의 겨울바람은 살을 에는 것 같아 매서웠습니다. 1990년 12월 24일 그날도 매우 추웠습니다. 섬기는 교회에서 출발하여 자그마한 산 능선을 두 번 넘어야 도착할 수 있는 정말 외진 촌마을(기억으로는 세 가구가 전부)에 등록한 새 신자가 살고 있었기에 그날 몇몇 청년교우들과 새벽송을 돌기 위해 교우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제가 3년 목회를 하는 동안 장년 교우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새 신자였기에 그 영혼이 너무 귀했습니다. 더군다나 그 지체는 이미 자궁암 환자였기에 기대수명이 너무 짧은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자매였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땅에서 맞이할 처음이자 마지막 새벽송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에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맞으며 가기가 싫은 너무 먼 길이었지만, 그해 자매의 가정을 방문하여 새벽송을 찬양을 부르고, 누가복음 2:14절을 전했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그렇게 감동의 새벽송을 마친 그 이듬해 여름, 성경학교가 열리는 숨쉬기조차 불편한 어느 여름 날, 자매가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거의 걷기도 불편한 육체의 마지막 끝자락 시기였는데,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교회에 온 자매가 몸 깊숙한 곳에서 꼬깃꼬깃 간직한 5,000원 지폐를 꺼내 제게 건넸습니다. “전도사님 예, 억수로 덥지 예. 얼마 되지 않지만 이 돈으로 어린이들 아이스크림 좀 사주이소! 다음에는 못 할 것 같아서 예” 그날, 그 5,000원을 받고 엄청 울었습니다. 지금까지 목회 30년이라는 성상을 넘어섰지만 이제껏 교우들이 드린 헌금 중에 그 자매가 드린 5,000원을 최고의 헌금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자매는 그 헌금을 드린 후 2개월 만에 하나님 품에 안겼습니다. 매년 새벽송 시즌이 되면 경남 밀양 대곡교회 민영애 성도가 떠오릅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자매, 아마도 하나님의 품에서 아름다운 안식 중일 것입니다. 2022년, 여론과 시선이 아직은 곱지 않겠지만 새벽송의 은혜를 교우들과 나눌 계획입니다. 새벽송을 통해 교우들에게 이 땅에서는 결코 줄 수 없는 하늘의 평화를 전할 것입니다. 동시에 제천 시내에 따뜻한 하나님의 사랑이 편만하게 임하기를 기도할 것입니다.
새벽송, 교회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