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에 사무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기도원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목회 일정에 담겨 있는 스케줄대로 2023년 이모저모 목회의 모양새와 사역의 내용들을 기도하며 점검했고 구상했습니다. 2023년은 담임목회 33년차가 되는 해입니다. 목회가 만만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 사무총회 준비는 한 가지의 전제를 갖고 진행해야 하겠다는 나름의 비장함이 제게 있었습니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기와 정면 돌파하기였습니다. 이제 제 15회 사무총회가 열리는 날이 되면 펜데믹 3년이라는 시기에 맞물리는 시점이 됩니다. 지난 3년을 생각해 보면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다 동원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교회를 휩쓸고 지나간 폐허 그 자체의 복판에 서 있는 듯한 상처투성이의 포연이 자욱합니다. 여타 다른 표현보다 이 표현이 적합합니다. 교회가 폭격 당했습니다. 순간순간은 그래도 선방했다고 자위를 했지만 결론의 궁극은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르는 난감함이 괴물처럼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도원에서 주군께 엎드리며 소리도 쳐 보았기에 그 일하심은 또 어떤 형태로든 실수하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그림을 그리시겠지만, 2023년의 목양의 현장은 또 내 스스로가 헤쳐 나가야 할 주어진 현실입니다. 지난 주간, 목회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친한 친구 목사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목사, 펜데믹 3년 차인데, 그냥 버틴 것만 해도 은혜지 않니? 그런데 사무총회를 앞두고 행한 결산 당회 때 당회원들이 성적표를 내라고 한다. 이게 제 정신이니? 이게 교회니?” 아픈 감정에 복받쳐 있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저 또한 쓰리고 쓰렸던 오래 전 트라우마가 스멀대고 올라왔습니다. 표현하자면 너무 기막히고 참담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아픔을 너무 잘 아는 저는 전화한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야, 당회 끝났으니 사무총회는 우황청심환이라도 먹고 들어가라. 쓰러지면 네 손해야!” 세인교회가 개척을 하면서 예산을 세우지 않는 교회 만들기를 한 것은 은혜 중에 은혜였습니다. 상식을 존중하는 계기판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자료에 의하면 펜데믹 이후 한국교회의 여러 가지 지표가 체감도에서 있어서 펜데믹 이전에 비해 46%나 다운그레이드 되었다는 보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교회가 성적표를 들이댈 때가 아니라 따뜻하게 안아주고 격려할 때입니다. 내가 섬기는 교회가 녹록하지 않지만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쓰러지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박수를 쳐 줄 때입니다. 이게 상식적인 교회이며, 상식적인 그리스도인입니다. 제천세인교회 2023년 표어는 이렇습니다. 상식을 존중하는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