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없어 서글픕니다. 정기 휴가를 잘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휴가 기간 동안 손양원 목사의 사역지를 꼭 돌아볼 생각으로 제천에서 거리적으로 너무 먼 지역이었지만 여수로 휴가 장소를 계획했고, 그 목적을 달성하고 돌아와 감사했습니다. 손양원 목사 기념관이 있는 여수 율촌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내리자 갑자가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기념 사적지 옆 농토에 돈사 집사 진단 시설이 들어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센 병 환자를 위해 평생 돕는 사역을 감당했던 손 목사님의 삶을 반추해보자면 도리어 기념 사적지에 돈사 집단 시설이 들어선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작금은 한센 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기념관 옆에 돈사를 허락해 준 여수시 행정에 적지 않은 유감스러움이 저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아내와 고즈넉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전혀 낯선 곳에서 4박 5일은 나름 힐링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아내와 함께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을 같이 한 것은 다시는 2시간 이상의 여행지는 가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젊은 나이라면 4-5시간의 여행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육십이 넘은 사람들이 부리지 말아야 할 객기가 장거리 여행이라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인식 했습니다. 객담 하나,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쳤습니다. 식당에서, 관광지에서, 카페에서 등등 여러 지역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거의 대부분은 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 여행 온 가족들이었습니다. 해서 너무 자연스럽게 그 가족들의 일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게 되었고, 또 너무 스스럼없이 그들의 내용을 알게 되었는데 딸들이 친정 부모님들을 모시고 온 여행객들이 열중에 아홉 정도는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딸과 사위와 외손자들과 함께 하는 여행객들을 보다가 슬쩍 미래의 내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동변상련의 씁쓸함(?)이 다가왔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며느리가 친정 부모와 여행하고 싶지, 시집 어른들과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어디 있겠나 싶어 인지상정 동의가 되었지만, 그래도 왠지 조금은 섭섭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아마도 아마추어 시댁 어른 후보생이라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ㅎㅎ)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님이 허락하실 때까지 끝까지 딸을 낳을 걸 그랬습니다. 언젠가 아내가 제게 농담 같은 진담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강덕 목사에게 딸을 주지 않으신 이유 두 가지, 첫째 분명 그 딸이 이 목사의 전적인 우상이 될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고 둘째, 딸이 있었으면 그 딸아이는 아버지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하나님이 아시기 때문임”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둘 다 정답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어 묵묵부답했습니다. 2022년, 정기 휴가가 끝났습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먼 거리를 여행하고 온 후유증이 일주일은 갈 것 같아,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내일 주일은 협력 선교사가 설교로 섬겨주기로 되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여수 밤바다가 아름답지만, 객기는 이번으로 졸업하려 합니다. 또 일상에서 하나님이 주신 은혜로 달려가 보려 합니다. 딸을 둔 교우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