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친구들의 번개팅
지난 주간에 아내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생 두 명이 제천에서 1박 2일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녀들은 아내와 40년 지기들입니다. 꿈 많고 굴러가는 돌만 보아도 까르르 웃던 여고시절에 만났던 친구들이 이제 육순이 되었는데도 어제 같았던 마음으로 서로 함께 하는 모습을 1박 2일 동안 지근거리에서 보면서 저 또한 행복했습니다. 이번에 제천을 방문한 아내의 친구들은 제가 아내와 결혼한 이후 단독목회 시절은 물론, 어려운 교회에서 이모저모로 훈련받으며 모난 목사의 성품이 조각되던 그 시절에도 저희 가정을 위해 중보 해 주었던 동역자들이기도 하고 마음을 같이 해주었던 마음의 동지들이기에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아내가 목회자의 아내로 살았기에 사모의 위치에서 조신하고, 삼가고, 절제해야 하는 삶의 면면으로 임하여 가질 수밖에 없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압박을 풀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유일한 친구들인 것을 알기에 이번 1박 2일 동안 그녀들이 제천에 방문하였을 때, 마음 편하게 쉼을 갖고 돌아가도록 아내도 저도 최선을 다해 섬겼습니다. 그 친구들이 아프면 만사를 제쳐 두고 제일 먼저 달려가는 아내를 옆에서 보았습니다. 반대로 아내가 힘들면 제일 먼저 가장 가까운 지근거리에서 아내를 위로해 주는 친구들을 지난 30여 년 동안 보아 왔습니다. 결혼 이후 자녀들로 인해, 혹은 남편으로 인해 부대껴야 하는 일련의 일들이 있으면 언제나 서로 공유하고 기도해 주는 아내와 친구들을 보면서 어떻게 40 년 동안 저런 아름다운 관계를 맺을 수 있지를 갸우뚱하며 때로 부러웠고, 또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40년이라는 성상이 지났음에도 여고시절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은 인생을 헛살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렇게 잘 살아낸 친구들이기에 이번에 아내 친구들의 번개 만남을 옆에서 지켜보며 남편 된 사람으로 행복했습니다. 함석헌 선생의 시어가 떠오릅니다. 만 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에서) 아내와 친구들이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이순의 나이로 접어드는 가을 인생이지만, 그 가을날의 삶들이 더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성악가 김동규 님이 불렀던 노랫말이 아내와 친구들의 천로역정 중에 계속해서 고백되기를 화살기도 해봅니다.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김동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랫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