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친구 목사가 대화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중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지나가고 나면 또 다른 터널이 연속해서 나오는 데 이게 바로 인생이 아닌가 싶다.”
음미해 보면 친구의 말이 적확합니다. 내 인생 여정 끝내기까지는 고난의 터널 하나를 지나면 이제 다 끝났다고 안도의 숨을 쉴 때, 또 다른 고난의 터널이 나타나는 게 인생사이기에 그렇습니다. 분명 친구의 말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습니다.
2년 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코로나 19라는 아주 생소한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을 때만 해도 나름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지나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좀처럼 종식되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그렇게 또 1년이라는 버거운 시절을 보낸 2021년, 백신 접종, 치료제 개발이라는 등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드디어 마스크를 벗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자위하며 용기백배 달려온 11월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청사진에 젖어보려 했던 꿈은 또 산산조각 나는 듯 좀처럼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우울함이 여전합니다. 그러니 친구 목사의 말이 시의적절하다는 제 표현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친구의 말을 듣고 나서 왠지 모르게 그의 말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의 아픔으로 다가왔기에 억지춘향으로라도 친구의 말에 쉼표를 찍어야겠다는 무모한 욕심을 부리기로 하고 이렇게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터널은 터널이다. 동굴은 절망이지만, 터널은 그래도 희망이 있잖아.”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근래 여름이 너무 더워 심지어 대프리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이 펄펄 끓고 있던 어느 날, 아프리카 모로코 출신 친구에게 작가가 이렇게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친구, 우리나라가 너무 더워서 숨을 못 쉴 정도야! 우리나라가 이제는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네. 그래서 살기가 너무 힘들어!”
이 말을 들은 모로코 친구가 힘들어하는 한국친구에게 한 마디를 던졌답니다.
“친구야, 그래도 한국은 조금 있으면 가을이 오잖아!”
2022년이 불과 1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 19가 진정되는 추세가 아니라 도리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 앞에서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2차 접종이 끝나면 마스크를 벗게 될지도 모른다는 당근을 내놓았던 방역관계자들은 이제는 부스터 샷을 맞아야 완전하다는 태도로 돌변했습니다. 저는 방역본부 관계자들을 결코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저들을 수고에 감사하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그렇게 말을 바꾸고 싶어 그러겠나 싶어 도리어 애잔한 마음까지 듭니다.
오늘 대강절 첫 번째 주일, 아직은 우울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날이지만 그래도 이런 희망을 던지고 싶습니다. 터널을 지나면 또 터널이 나오는 것이 인생인 게 분명하지만 우리가 통과하는 천로역정의 길은 터널이지 동굴은 아니라고. 터널은 반드시 끝이 있다고. 펜데믹 3년차인 2022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래도 저는 펜데믹 3-4년차는 그래도 터널의 종점에 도달할 거라는 희망을 던져봅니다. 터널은 터널이지 동굴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