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애가(哀歌) 시대 복판에 서서2024-04-17 17:59
작성자 Level 10

3fba8e3f2e3e4d07e8aacbc7588a4094 (1).png



애가(哀歌시대 복판에 서서 


우리 교회는 3월부터 한시적으로 주일 낮 예배를 기존 2부 예배에서 3부 예배로 다분화해서 드리려 합니다주일 예배 인원을 분산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이 방법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작금전염병 창궐이라는 돌발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인원 규모가 큰 종교 행사를 자제하라는 정부 정책에 대하여 나름 부분적으로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해서 주일 예배를 3부로 나누어 드림으로 함께 하나의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는 인원의 규모를 축소시키고자 3월 첫 주부터 실시하려고 합니다더불어 주일 오후 예배는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이유는 예배 후에 나누던 점심 식탁 공동체의 위험성 때문입니다식사를 준비하는 지체는 물론함께 좌탁에 앉아 교제를 나누는 일까지도 매우 위험하고 불편한 일임을 알기에 내린 결정입니다어제는 교회 전 지역에 방역도 마쳤습니다혹시나 하는 교우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드리기 위함입니다예배를 드리는 지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자유 사항인 아닌 독려 사항으로 공지하고본당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손 세정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금년 2020년은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목회를 시작한지 32년째가 되는 해입니다. 32년 만에 전례가 없었던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시행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실은 많은 고민이 저를 강타했습니다그 중에 가장 민감하게 목회자를 타격한 팩트는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자괴감이었습니다순교적 각오로또는 하나님이 보호하시는데 뭘 그리 호들갑에 걱정이냐는 나름의 격정이 목사를 힘들게 한 것이 사실입니다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 나온 예배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스스로 우울한 분위기에 편승하지 말라고 종용하지는 못할망정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교회 공동체는 말 그대로 ‘COMMUNALISM’(공동체주의)의 산실인데그 본질 자체를 스스로 와해하는 듯한 다분화 예배를 실시하는 것이 제 정신이냐는 호된 질책을 주군께서 하시는 것 같아 뜨끔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목사 개인의 자괴감보다 더 나를 힘들게 하고 염려스럽게 하는 것은 성도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게 될 영적 무뎌짐에 대한 두려움입니다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예배드림헌신 등등의 내용들을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그 얄팍함과 무뎌짐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동시에 그 문으로의 진입이 제게는 더 무서운 내적인 적수입니다그래서 일까이래저래 목사는 근래 더 민감하게 하나님께 엎드리는 요즈음을 살고 있습니다신앙의 행위는 계산하는 것이 아닌데하나님을 향한 천로역정은 주판알을 퉁기는 일이 아닌데이 위기의 상황에서 목회자가 무언가를 결심해야 하지 않느냐는 교회 안팎의 무언의 압박들이 한 주간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하며 조여 왔습니다.

몇 주 전새벽예배 시간에 읽었던 한 구절이 나에게 현실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습니다.

사울이 그의 신하들에게 이르되 나를 위하여 신접한 여인을 찾으라 내가 그리로 가서 그에게 물으리라 하니 그의 신하들이 그에게 이르되 보소서 엔돌에 신접한 여인이 있나이다” (삼상 28:7)

현대판 엔돌에 살고 있는 신접한 여인을 찾아간 자가 사울이 아니라 혹시 이강덕 목사는 아닐까슬픈 시대의 복판에 서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주님이 위로부터 내리시는 지혜를 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