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구입했습니다.
2월 첫 주부터 수요예배를 심야기도회 체계로 바꾸었습니다. 직전에 사역하던 교회에서 금요 심야기도회를 정말 열심히 감당했기에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도 한 동안 심야기도회 사역에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간, 교회 공동체 지체들이 거의 맞벌이 부부들로 생활의 패턴이 바뀌는 것을 보며 체력적으로 지쳐하는 교우들을 나름 배려한다고 금요 심야기도회 사역을 중단한 지 어언 10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우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기도회 사역을 중단한 것이었는데, 결국은 나도 교우들도 집중적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폐지하게 한 심대한 오류를 범하게 된 셈입니다. 금요심야기도회 사역 폐지는 그렇게 중단된 10여 동안 성도들에게 기도를 통한 영성 추구라는 큰 틀을 무너뜨리게 한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우리 세인교회는 지성적 영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교회입니다. 결코 성령이 기름 부으시는 지성적 영성을 과소평가하거나 소홀히 여기는 교회가 아닙니다. 허나 자의든 타의든 심야기도회를 폐지한 뒤, 위로부터 내리시는 영성보다는 지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성찰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왠지 모를 냉랭함과 지성적 차가움이 교회 공동체의 영적 기상도가 되어 버린 것 또한 세인 교회의 아쉬움 중의 아쉬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이순의 나이에 접어든 담임목사의 체력은 17년 전 제천에서 처음으로 사역했던 그때의 체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해서 2월부터 다시 시작한 수요 심야기도회를 인도하고 나면 그 다음 날, 부쩍 체력적인 부담이 느껴지는 것을 체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기도하지 못했던 죄를 돌이키고 기도의 영성으로 다시 한 번 무장하기 위해 하나님께 체력과 영력을 구하며 최선을 다해 보려합니다. 지난 목요일, 직구로 신청한 기타가 도착했습니다. 수요 심야 기도회 시간에 정반주자가 수요 심야기도회 반주를 매 번 맞출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무반주로 사역하는 것은 더 녹록하지 않아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된 기타 반주라도 직접 하기 위해서 구입했습니다. 도착한 기타를 들고 서재에서 찬양을 드리는 데 왠지 많이 어색했지만, 날이 가면서 다시 옛날처럼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로 했습니다. 다시 시작한 첫 주 사역에 51명이 참석했습니다. 그런 대로 선방한 셈입니다. 더불어 수요심야기도회에 참석한 교우들과 오랜만에 통성기도를 힘 있게 드리면서 이런 소회가 밀려왔습니다. 정적인 신앙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성도들이 그 동안 많이 참아주었다는 송구함이. 동시에 우리 교회가 독립교회 연합회 소속으로 지난 12년을 살아왔지만 그래도 2/3가 성결교회 신자들이었는데 너무 지성적 교회 마인드로 성도들을 훈련시켰다는 미안함이 몰려왔습니다. 수요심야기도회의 시작은 미미했지만 나름 선방했다고 자평하고 기도회의 회가 거듭될수록 조금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2020년 우리 세인교회의 표어는 ‘성령께서 기름 부으시는 지성이 있는 교회’입니다. ‘지성’과 ‘영성’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요소임을 알기에 균형 잡힌 목회에 최선을 다해 보려 합니다.
왼쪽 손마디 마디가 다시 부르틀 것 같습니다. 오랜 만에 든 기타가 그렇게 육십 먹은 목사를 만들 것 같습니다. 몸은 힘에 부치지만 그래도 영혼은 다시 마음껏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아 적지 않은 위로가 됩니다. 하나님이 수요심야기도회에 함께 하실 것을 화살기도 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