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an addition)
오늘부터 세인교회 창립 10주년 기념 구약 특별 강좌 사역이 진행됩니다. 중보 해 온 대로 하나님께서 세인교회를 사랑하셔서 전무했던 성령이 기름 부으시는 지성적 은혜를 주실 줄로 기대합니다. 이 사역은 금년 목회 사역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해 연말 기도원에 입소하여 계획을 짤 때 기도하며 도안해 낸 사역입니다. 원래 계획은 네 분의 강사를 모셔서 모세오경을 시작으로 역사서, 지혜서, 예언서 톺아보기를 감당하려던 틀이었습니다. 강사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후배 교수 한 명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 난처했는데 또 다른 학자를 섭외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어서 결국은 담임목사가 역사서를 맡아보기로 하는 용기(?)를 냈습니다. 앞서 섭외된 교수님들의 역량은 못 따라잡겠지만 그럼에도 세 분이 던져주고 갈 성령이 기름 부으신 지성적 신학적 성찰에 누(漏)가 되지 않는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제 스스로 긴장하고 평상시에 그리 많이 읽지 못했던 역사서 관련 서적들을 거의 두 달 정도 손에서 떼지 않고 공부했고 또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첫 번째 덤이 수북하게 쌓인 단면이 있어 행복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역사의 승자 측에 속해 있는 신명기 사가와 역대기 사가들이 대체적으로 증언하고 기록한 북 왕국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편협한 해석을 반대로 접근하는 공부를 한 것입니다. 통상적이지 않은 이 접근과 공부는 저에게 예기치 않은 쏠쏠한 유익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북 왕국 이스라엘의 역사 거꾸로 보기를 통해 얻게 된 신선한 충격이라는 덤입니다. 작년 연말, 유시민의 ‘역사위의 역사’(돌베개 간, 2018년)를 읽다가 특히 그가 소개한 레오폴트, 폰 랑케의 역사와 신학의 해석에 대한 성찰 부분에서 ‘있었던 그대로’(wie es eigentlich gewesen)의 역사 전개에 주목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p,136) 물론 유 작가는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에 대하여 대단히 비판적(무지와 정치적 유용성)으로 랑케를 평가했지만, 내심 그런 역사적 진실을 가려내는 것과 그 작업을 해내는 것이 지성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했기에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과 공부에 대해 초점을 흐리지 말자는 나름의 오기를 갖고 독서를 끝냈던 추억이 있습니다. 북 왕국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진짜로 버리신 왕국인가? 민초들을 압제하지 말고 공의와 정의롭게 정치를 해 달라고 르호보암에게 부탁하던 여로보암의 추종자들은 다윗의 계약을 짓밟은 이단아들인가? 조금만 더, 오므리 왕가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그 집단은 반드시 멸망을 받을 만한 탄생해서는 안 될 태생적 약점을 갖고 있었던 패역의 무리 그 이상의 해석은 불가능한 것일까? 예후 정권의 쿠데타가 선하신 하나님의 일하심이라는 해석에서 조금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데 혹시 그 해석은 승자 독식구조의 철저한 공식을 따르고 있는 신명기 사가들의 편들기로 보면 안 되는 것일까? 공부하다가 불온(?)하게 갖게 된 질문들이지만 나에게는 분명히 그 동안에 뇌에 저장되어 있었던 구약의 주류적인 해석(신명기적인 역사 해석 그리고 역대기적인 해석)을 뒤집어 봄으로 인해 임한 지적인 덤임에 틀림이 없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언젠가 한 번은 리베카 솔닛, 케네스 베일리 때문에, 작년에 또 언젠가 한 번은 강남순 때문에 그리고 금년 또 언젠가 한 번은 신형철과 박일준 때문에 상투성과 싸워야 똑바로 다시 볼 수 있다는 전율함의 도전을 받아 감사했는데, 그러고 보니 제게 주어진 이번 구약 톺아보기 사역은 성도들을 위한 사역은 물론 이강덕이라는 허접한 목사를 불쌍히 여기셔서 더 공부하라고 다그치시는 하나님의 만지심이라는 또 다른 덤임을 알게 되어 그 덤을 받게 하셨고 또 받게 하실 것 같아 흥분됩니다.
오시는 강사님들에게 하나님께서 전무했던 은혜로 기름 부어주시기를 중보하고 창립 10주년을 맞아 드려지는 세인 공동체의 구약 톺아보기 사역이 한국교회를 거들 떠 보지도 않게 하는 작금의 기가 막힌 시대에 막말 공세로 인해 대 사회적 먹구름을 더 짙게 드리운 몇 몇 참담한 일들을 걷어 내고 엘리야가 엎드린 갈멜산 사역처럼 주존심(主尊心)을 회복하는 희망을 노래하는 수문(water-gate) 앞 광장 사역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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