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교수 평가2024-04-17 17:30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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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평가


지난 학기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대학원 학생들에게 목회 리더십이라는 과목을 통해 강의로 섬겼습니다현장 목회자로 제천에서 양평까지 오고가는 과정이 조금은 버거웠지만 학생들도 나도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게 한 학기를 마무리했습니다학기를 마치고 난 뒤에 학교에 저를 추천한 친구 목사가 강의 평가를 확인해 보라는 성화에 못 이겨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 지난 학기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를 확인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좋은 평가나쁜 평가라는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저는 오히려 제 강의에 대하여 혹평한 학생들의 글에 눈이 갔습니다.

복음주의자인지 의심스럽다.’를 비롯하여 숙제를 많이 내주어서 버거웠다.’ ‘ACTS 에 대한 정신에서 멀다.’ ‘너무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 등등의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표기되어 있었습니다이외에도 조금 더 강하게 교수의 인격적인 면까지 거론하는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스멀대고 올라왔습니다양가감정이라고 하면 적절하다고 할까 하는 뭐 그런 소회가.

학기 중에 신학과 목회에 대한 균형을 요지부동함으로 강조했습니다목양의 현장은 개인의 욕망을 채워주는 오아시스가 아니라 정글이라고 부침했습니다학문적인 보폭을 넓히는 것은 학생의 기본이라고 전하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공부하는 태도에 대한 불성실한 면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단호하게 일침하면서 자세를 가다듬을 것을 가르쳤습니다무엇보다도 목회자 후보생들이기에 공부하는 목사가 되어줄 것을 재삼 곱씹게 해주었습니다.

학기 중에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 중 하나발제를 위한 참고 도서 중에 예수 그리스도인이 아닌 불신자가 쓴 책을 도서 목록에 올렸다고 그 세션을 맡은 자들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며 성토했다는 나눔을 듣고 조금은 참담했습니다적어도 대학 학부에서 본인들의 개인 학문을 전공한 뒤에 진급한 M-div 코스워크에 있는 석사과정 학생들인데 이 정도의 폐쇄성과 수구성에 길들여져 있나 싶어 나름 분노스럽기까지 했던 기억이 저에게 있었습니다그리고 오늘 기독교의 한 단면을 그들을 통해 보는 것 같아 아팠습니다.

한세대학교에서 평생 교편을 생활을 하고 있는 동기가 한 달여 전에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목사학기가 끝나면 강의 평가라는 것을 받을 텐데 학생들의 말 한 마디마디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난 지금도 내 강의를 거쳐 간 한 학생에게 자유주의자 아무개 교수라는 공격을 수년간 받고 있다그 친구의 사명은 아무개 교수한세대에서 쫒아내기란다.”

처음으로 대학원생들을 가르친 여린 친구가 상처를 받을까 염려하여 해 준 말이었습니다.

나는 교수가 업()인 사람이 아닙니다섬김과 함께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한 학기 최선을 다해 달린 강사였습니다그러기에 학생들의 부정적인 강의 평가에 대하여 일희일비 할 만큼의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허나 나름 아쉬운 것은 너무 편협한 사고의 신학적 폐쇄성을 가진 자들이 한국교회의 현장을 넘나들 때 올 수 있는 아픔을 예견하기에 염려스러운 것을 사실입니다.

그래도 교수 평가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냉철하게 7:3 정도로 강의의 내용에 대하여 박하지 않은 평가를 해 준 한 학기 제자들 때문에 내심 감사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팁 하나,

7:3이면 그래도 선방한 거 아닌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