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평가
지난 학기,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대학원 학생들에게 ‘목회 리더십’이라는 과목을 통해 강의로 섬겼습니다. 현장 목회자로 제천에서 양평까지 오고가는 과정이 조금은 버거웠지만 학생들도 나도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게 한 학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학기를 마치고 난 뒤에 학교에 저를 추천한 친구 목사가 강의 평가를 확인해 보라는 성화에 못 이겨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 지난 학기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를 확인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평가, 나쁜 평가라는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저는 오히려 제 강의에 대하여 혹평한 학생들의 글에 눈이 갔습니다. ‘복음주의자인지 의심스럽다.’를 비롯하여 ‘숙제를 많이 내주어서 버거웠다.’ ‘ACTS 에 대한 정신에서 멀다.’ ‘너무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 등등의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조금 더 강하게 교수의 인격적인 면까지 거론하는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스멀대고 올라왔습니다. 양가감정이라고 하면 적절하다고 할까 하는 뭐 그런 소회가. 학기 중에 신학과 목회에 대한 균형을 요지부동함으로 강조했습니다. 목양의 현장은 개인의 욕망을 채워주는 오아시스가 아니라 정글이라고 부침했습니다. 학문적인 보폭을 넓히는 것은 학생의 기본이라고 전하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공부하는 태도에 대한 불성실한 면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단호하게 일침하면서 자세를 가다듬을 것을 가르쳤습니다. 무엇보다도 목회자 후보생들이기에 공부하는 목사가 되어줄 것을 재삼 곱씹게 해주었습니다. 학기 중에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 중 하나, 발제를 위한 참고 도서 중에 예수 그리스도인이 아닌 불신자가 쓴 책을 도서 목록에 올렸다고 그 세션을 맡은 자들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며 성토했다는 나눔을 듣고 조금은 참담했습니다. 적어도 대학 학부에서 본인들의 개인 학문을 전공한 뒤에 진급한 M-div 코스워크에 있는 석사과정 학생들인데 이 정도의 폐쇄성과 수구성에 길들여져 있나 싶어 나름 분노스럽기까지 했던 기억이 저에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기독교의 한 단면을 그들을 통해 보는 것 같아 아팠습니다. 한세대학교에서 평생 교편을 생활을 하고 있는 동기가 한 달여 전에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목사, 학기가 끝나면 강의 평가라는 것을 받을 텐데 학생들의 말 한 마디마디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난 지금도 내 강의를 거쳐 간 한 학생에게 자유주의자 아무개 교수라는 공격을 수년간 받고 있다. 그 친구의 사명은 아무개 교수, 한세대에서 쫒아내기란다.” 처음으로 대학원생들을 가르친 여린 친구가 상처를 받을까 염려하여 해 준 말이었습니다. 나는 교수가 업(業)인 사람이 아닙니다. 섬김과 함께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한 학기 최선을 다해 달린 강사였습니다. 그러기에 학생들의 부정적인 강의 평가에 대하여 일희일비 할 만큼의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허나 나름 아쉬운 것은 너무 편협한 사고의 신학적 폐쇄성을 가진 자들이 한국교회의 현장을 넘나들 때 올 수 있는 아픔을 예견하기에 염려스러운 것을 사실입니다. 그래도 교수 평가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냉철하게 7:3 정도로 강의의 내용에 대하여 박하지 않은 평가를 해 준 한 학기 제자들 때문에 내심 감사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팁 하나, 7:3이면 그래도 선방한 거 아닌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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