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교회에 새로 나온 교우들과 함께 교제를 할 때, 항상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만남 중에는 결코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하는 것은 상투적인 립 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진짜로 저는 그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목양의 현장에서 사역한지 어언 30년을 넘어섰습니다. 현장에서 피부로 체감한 목회의 간증이 얼마나 많은지 잘 정리하면 책 한 권으로도 출판할 수 있을 만큼 거리는 무궁무진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많은 거리 중에 세밀한 마음을 갖고 뒤돌아보면 그 어느 것 하나 주의 손길 안 미친 것이 없다는 복음성가 가사의 노랫말이 푸근하게 새겨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슬아슬한 현장에서 주님이 간섭하지 않았던 들, 어떻게 지금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를 들추어내면 앞서 진술한 대로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는 고백이 한 때를 풍미했던 유행가 가사의 실없는 소리가 아닌 제 삶의 고백이기도 함을 인정합니다. 얼떨결에 맡게 된 신대원 강의가 이제 다음 주로 마무리됩니다. 처음에는 많이 낯설어 적응하는데 조금은 긴장했지만 학기가 진행되면서 그럭저럭 은혜 중에 한 학기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아 안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76명의 클래스 멤버들과 함께 지난 3개월을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가르치는 교수의 신학적 사상과 맞지 않는 것 같아 당황해 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선배의 단발마적인 소리로 받아들여주어 공감의 분모도 만들어내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 매주 충격의 소리로 신선하게 받아주는 마치 스펀지에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들까지 보여 한 학기를 잘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나는 가르치는 자였기에 학기의 소회가 아름답기를 바라지만 학생들 쪽에서 바라보면 아쉬움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학문의 정직성, 지난(至難)한 일이지만 공부하는 자의 진보성, 그리고 신학의 보폭을 넓히라는 신학의 확장성을 일침(一針)한 교수의 가르침에 적어도 학생들이 꿈틀대고 반응해 주었다면 매 주 화요일 제 2 영동고속도로 하행 휴게소에서 순두부찌개를 단골메뉴로 늦은 저녁을 먹는 수고를 한 선생에게 보람을 주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르치는 선생도 공부하는 좋은 기회였고, 보람이었기에 지난 3개월이 행복했습니다. 주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만남은 우연의 만남이 아닌 것을 믿기에 3개월 동안 함께 경주해준 학생들이 이제 졸업 후 나아가는 정글 같은 목양의 현장에서 목양의 리더로 혹은 팔로워로 아름답게 서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우연이 아닌 필연의 만남을 하나님이 허락하셨기에 어느 현장에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선하신 일하심의 현장에서 정직한 사역자로 분연히 서주어 쓰러져 가는 늙어버린 거대한 공룡 같은 조국교회에 하나님의 생기를 불어넣는 도구로 쓰임 받는 제자들이 되어주기를 화살기도 해 봅니다. 필연적 만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생도 심비에 새겨놓은 팁 하나 주고 글을 마치려 합니다. “지남철의 여읜 바늘 끝처럼 불안하게 전율하고 있어야 하는 존재가 지식인의 초상이다. 어느 한 쪽에 고정되면 이미 지남철이 아니며 참다운 지식인이 못됩니다.”(신영복, “담론, p,403) 아세아 연합신학대학교 신대원 M-div 6차 학생 모두는 사유하고 또 성찰하는 것에 게으르지 않는 지성적으로 균형 잡힌 사역자들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