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시(時) 한편의 감동2024-04-17 16:03
작성자 Level 10

(한편의 감동 


마음 한 구석이 찢어졌구나,
아픈데도 말 한 마디 없었어?
삶이 그보다도 아팠나 보다.
이리 와따뜻한 문장에 그은 밑줄을 가져다가
다친 마음을 꿰매어 줄게.
울음이 새벽보다 이르게 시작되는 날이 많아졌어,
무엇이 이렇게 너를 강이 되어 흐르게 하니.
우는 일이 죄가 되지 않도록,
네가 울음을 쏟는 동안
나는 녹음된 빗소리가 될게.
내가 더 젖을게.
그러니까그러니까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덕준 시인의 따뜻한 문장이라는 시입니다오늘은 후배가 보내준 이 시로 목양터 이야기 마당을 수놓으려고 합니다정말 따뜻해서요.

언젠가 읽었던 나희덕 시인이 쓴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에 나오는 서시(序詩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어 목사로서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똬리를 틀게 되는 매너리즘과 상투성을 깨닫고 다시 분투하게 되는 동기를 맞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시가 주는 능력이 이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차이번에는 아끼는 후배이자 한 교회의 사모로 또 다른 울음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그녀가 저에게 보내준 앞서 소개한 시 한 편의 선물은 그 동안 괴물 같은 체기로 인해 계속 거북하고 울렁거리던 내 영혼의 위장을 쓸어내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누군가의 폭력과도 같은 힘에 의해 산산이 파괴되어 로 살아야 하는 연약한 민초(民草)들이 아파할 때 녹음된 빗소리가 되어 내가 더 젖어줄게라고 다가오는 위로자가 많아지면 그때 우는 일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괜한 이상적인 꿈을 꾸어봅니다.

후배가 보내 준 시 한편은 지난주 제 울음을 그치게 해준 녹음된 빗소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