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호, 종훈, 동혁, 수민이에게
결과야 어떻든 이제 홀가분하지? 그래, 그런 거다. 먼저 모두에게 정말로 수고했다는 말과 더불어 사랑을 전한다. 목사님이 대입 시험을 보던 해가 1979년 겨울이었단다. 너무 추웠단다. 그날. 적어도 그런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이 입시 지옥을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겠지 하는 장밋빛 꿈을. 헌데 어른들이 너무 못해서 오히려 지금 너희들이 뚫고 나아가야 하는 대학 입시라는 벽은 오히려 더 두터워져서 무척이나 그 때보다도 더 힘들어지게 한 것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이런 기막힌 세대에 태어난 종호, 종훈, 동혁이 수민이를 보면서 목사님은 해서 더 너희들을 위해 기도했던 것 같다. 여느 교회처럼 수능기도회라는 이벤트 식 행사를 하는 것을 싫어하는 목사를 만나서 특별한 대우도 못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너희들을 위해 더 진정성을 갖고 기도했으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 수능이 끝났으니 목사님으로 당부할 게 있을 것 같아 글을 남기기로 했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이 어른이 되고 살아나가야 할 날들을 보면 어떤 때는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려워질 때가 있단다.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가 쓴 걸작인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보다도 더 강력한 괴물이 사람들의 인성을 완전히 갉아 먹고 있는 ‘1984’년 판 2018‘ 이후의 주인공들이 바로 너희들이라서 말이다. 그래서 사실은 두렵고 또 안쓰러운 것이 사실이란다.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너희들의 어깨에 많은 짐을 져주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꼭 이렇게 우울한 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왜냐하면 너희들이 2018년 판 빅 브라더와 싸우는 사람이 될 것을 기대하기에 말이다. 어느 대학이든 이제 입학을 하기 위해서 약 4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을 터인데 이 시기를 알차게 보냈으면 좋겠구나. 취미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만들어보고, 좋은 책들을 이 시기에 접하면 하는 마음도 있단다. 특히 고전과의 만남들을 꼭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이란다. 일반고전은 물론 신앙적인 고전도 섭렵할 수 있다면 최고의 알찬 시간을 대학 입학 시간까지 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정말로 너희들의 시대를 행복한 시대로 만들기 원한다면 목사님이 소개하는 고전이나 고전과 맞먹는 책들을 붙드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비롯해서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시오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씨알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 등등은 너희들의 역사의식이나 지성적 스펙트럼들을 열어주는 양서 중의 양서란다. 더불어 신앙적인 천거의 양서로는 토머스 머튼의 ‘칠층산’을 비롯해서 존 번역의 ‘천로역정’, 토마스 아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본 회퍼의 ‘나를 따르라’, 아베 피에르의 ‘단순한 기쁨’, 엘리 위젤의 ‘나이트’ 등등은 꼭 한 번 접하기를 바란다. 물론 소개하고 싶은 책은 너무 많지만 폭식하지 말고 열거한 정도의 책들만이라도 먼저 정독하면서 독서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싶어 너희들에게 추천해 본다. 일본의 큰 지성인 다치바다 다카시가 이렇게 말했단다. “이상한 현상과 만나는 것은 인간이 건전한 적응 능력을 기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난 너희들이 더 크게 성장하는 기간으로 남은 4개월을 보냈으면 좋겠구나.
종호, 종훈, 동혁, 수민아, 정말로 수고했다. 그리고 품에 안는 마음으로 사랑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