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두 번째 책 최종본(最終本) 정리를 하면서2024-04-17 15:40
작성자 Level 10

두 번째 책 최종본(最終本정리를 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고쳐 읽는다는 것이고고쳐 읽는다는 것은 고쳐 쓴다는 것이고책을 고쳐 쓴다는 것은 법을 고쳐 쓴다는 것이고법을 고쳐 쓴다는 것은 곧 혁명이다.”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기도하는 그 손을”, p,309)

도쿄대학 문학부 사상문화학과 교수인 사사키 아타루가 남긴 말입니다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글을 쓴다는 것은 곧 혁명으로 가는 엄청난 능력이라는 메타포를 담고 있는 말일 것입니다그러나 아타루 교수의 이 표현은 반대급부의 의미가 더 두렵게 다가옵니다그래서 글은 아무나 쓰지 못하는 것이라는 단호함 말입니다가끔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글을 쓴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그러다가 함축적으로 내 입장에서 몰아세우기를 하며 답변에 도달한 것은 그림에 색칠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상념이었습니다독서는 내 이성의 화폭에 데생을 하는 작업입니다독서를 데생을 마치면 저는 반드시 간단한 사족을 남깁니다이것은 색을 칠하기에 앞서 데생을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그림의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그렇다면 이제 이 과정을 거치고 난 뒤 그림의 윤곽이 나타난 화폭에 색을 칠하는 지난한 수고를 하는 데 이것이 바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무슨 색을 칠할 것인가는 다분히 글 쓰는 이의 몫입니다그래서 색 칠하기란 저자가 책을 어떤 방향으로 읽고 혹은 어떤 대상에게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를 염두 해 두고 벌이는 최후의 고투이기도 합니다.

1년이 조금 넘은 시기에 출간한 첫 번째 책(시골 목사의 행복한 글 여행동연 간)에서 김기석 목사의 글 세 권을 소개했습니다당시 함께 출간을 의뢰했던 초고에는 김기석 목사의 글 서평 원고의 양 약 150페이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결국 초보 작가의 첫 번째 책 출간이라는 모험 플러스 외에 450페이지 정도가 되는 두꺼운 책 량의 부담감으로 인해 김 목사 글에 대한 원고 중 3편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는 두 번째 책 출간에서 진행하기로 출판사와 합의하고 미루기로 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김 목사가 출간한 책이 당시보다 더 많아져 그 동안 짬짬이 그의 글을 기쁨으로 섭렵하며 독서 후기를 남기다 보니 김기석 목사의 글 모음 서평 원고가 이전 원고를 포함하여 200페이지를 넘기게 되어 이제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최종본 완성을 위한 수고의 막바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사람의 졸필인 첫 번째 책이 출간되었을 때 몇 몇 지인들에게 책을 보내드렸습니다그 중에는 막역한 친구는 물론친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제부가 보내준 책을 받아든 처형이 양심상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어 페이지를 열고 난 뒤에 아내에게 이렇게 핀잔을 주었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다시 책을 낼 때 제목에 시골목사라는 레테르를 삽입하지 말라고무슨 시골 목사의 책이 이렇게 어렵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초보 작가의 무식함 때문에 글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자랑인줄 알았던 저였기에 그것이 무슨 자존심이라도 되는 양 막무가내였던 저의 첫 번째 글쓰기는 그렇게 참패로 끝났습니다헌데 두 번째 출간할 책의 대상인 김기석 목사의 글들 역시 보편타당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역부족인 책들입니다그 이유는 책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책들은 지성적 크리스천 계층들을 위한 촌철살인들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얍삽한 계산이라면 평자 역시 별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그의 책에 대한 평론을 글로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럼에도 이 무모함에 뛰어드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그의 글에 나타난 영적 감동 때문입니다.

구도자가 길을 걸으면서 반드시 가져야 할 머리 좋은 비상함의 빠름이 아닌 촌티 가 줄줄 나는 어리숙함의 호의가끔은 길을 잃어버리라는 역설의 종용끙끙 앓고 계신 주군의 몸살을 당신도 앓으라는 비수 등등의 메시지를 혼자만 간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그의 글을 읽다보면 독자인 나의 지성적 부족함 때문에 막 화가 나는데 그 끝은 언제나 눈물흘림이라는 은혜의 격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어디 한 부분한 구석에도 사람을 좋게 하려는 모양새는 보이지 않고 하나님을 기쁘게 하려는 치열함이 있어 그의 글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그와의 만남은 단 한 번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만남 말고는 없기에 그는 나에게 낯설음이 있는 대상이지만 그의 글에 대한 짝사랑을 표하지 않을 수 없어 두 번째의 글 나눔의 대상자로 그를 선정했습니다.

아마도 12월이 다 가기 전에 제 작업은 끝이 날 것 같습니다책 출간의 좋은 과정이 전제된다면 아마도 2018새해에는 제가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손에 부끄럽지만 들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신이 아픈 어느 날곧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못 박히시는 그 날태어났다기독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신의 상처를 함께 아파하는 삶이다.”(오래된 새 길, p,237)

포기할 수 없는 감동의 감동을 함께 나눌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