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스플랑크니조마이’2024-04-17 15:40
작성자 Level 10

스플랑크니조마이 


11월 26일 주일오후 5시와 5시 30분에 걸쳐 아내의 폰으로 두 번의 벨이 급하게 울렸습니다장모님의 쓰러지심과 곧이어 전해진 돌아가셨다는 전갈의 전화였습니다이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실제 상황이었습니다아내의 통곡을 들으며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사태 수습인가를 민감하게 포착한 것은 장모님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에 도착한 뒤부터였습니다온전한 빈소가 차려진 시간이 거의 저녁 9시 이후였기에 장례 첫 날은 그렇게 황망하고 속절없이 흘렀습니다개인적으로 참 힘든 장모님의 부고 알림은 그 누구보다도 아들에게 전하는 것이었습니다힘들다고 표현한 이유는 아들은 할머니의 죽음에 대하여 가장 충격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습니다군에서 제대한 이후줄곧 외할머니와 함께 동거했던 아들극심한 세대 차이로 인해 때론 할머니와 티격태격했지만 그렇게 미운 정고운 정이 들게 사랑을 전해 준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은 아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아픔임에 틀림이 없을 것을 알았기에 외할머니의 부음에 즈음한 부고 알림은 정말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일이 많은 섬기는 교회 교육전도사 주일 사역을 마치고 귀가하는 노정에 듣게 된 비보(悲報)는 아니나 다를까 아들을 멘붕으로 이끌었습니다평상시 같으면 집에서 기다리고 계실 할머니가 존재하지 않는 집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집밖에서 서성거리기를 몇 번천근만근의 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간 아들이 할머니의 냄새가 그윽한 공간에서 대성통곡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장례식장에서는 장모님의 영정이 빈소에 급하게 필요하기에 서울 집에 있는 아들에게 할머니의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빠르게 보내라는 채근에 할머니 사진을 찍다가 다시 통곡저녁 식사는 생으로 굶고안성 장례식장에 대중교통을 타고 거의 탈진 모습으로 도착한 아들이 장례식장에 걸려 있는 할머니의 영정을 보는 순간 또 다시 오열을 한 뒤속에 있던 모든 것을 토해내는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스플랑크니조마이’(내장이 끊어지는)의 아픔을 함께 동통(同通)하며 견뎠습니다.

요한아밥 먹어라”, “요한아일찍 다녀라”, “요한아일어나야지”, “요한아언제 들어오니할머니는 네가 들어와야 안심하고 잔다.” “요한아전기 아껴 써야지.”, “요한아일찍 자야지” 등등을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아들은 그렇게 무너졌습니다언젠가 장모님께서 처가에 들렸을 때저에게 이렇게 쓴 소리를 하셨습니다.

난 자네와 요한 에미가 아주 원망스러워이 힘든 길을 자네하고 에미만 가면 되지 왜 아들에게까지 이 고통을 주었나난 우리 손자까지 외롭고 힘든 이 길을 가는 것이 아주 마음이 아파그래서 자네 부부가 미워.”

생전에 손주들 사랑이 너무 심하다싶을 정도로 끔찍하셨던 장모님이셨기에 아들이 할머니가 없는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날과 때때로 가슴 한편에서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 분명하기에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더불어 그리 많이 방문하지 않은 불효한 사위이기에 그리 할 말조차도 많지 않은 죄인이지만 장모님이 남기고 가신 영적 흔적들이 너무 커서 한 동안 저 또한 헤맬 것 같습니다처가에 방문할 때마다 사위 목사의 기도 받기를 너무 좋아하셨던 장모님그냥 기도할 손이면 당신의 손으로 사위 손을 잡아 머리에 얹으시며 안수 기도를 강제하시던 장모님거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입안이 다 헐어 말씀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노환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아들 목사사위 목사를 위해 하루에 꼭 세 번 무릎으로 사셨던 장모님이제 그 기도가 이 땅에서 사라졌기에 가뜩이나 시원치 않은 목회를 은퇴하는 날까지 어떻게 감당할까를 미리 예견하면 캄캄절벽입니다.

아내가 친정 엄마의 부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가는 동안 통곡한 뒤에 곧바로 마음을 추스른 뒤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기도의 팔이 떨어져나갔으니 당신이나 나나 배나 정신을 차려야 해요.”

내색은 안 했지만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를 달라고 인사하러 간 날장모님이 손수 만들어주신 청주댁표 냉면은 이 땅에 그 어느 냉면보다 맛이 있었는데.

장모님수고하셨습니다그리고 당신이 그렇게도 그리던 주의 품에 안기신 것 축하드립니다다시 만날 때까지 아름다운 쉼과 평강을 마음껏 누리시기를 바랍니다장모님정말로 사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