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목사질2024-04-17 15:37
작성자 Level 10

목사질 


주간경북 영양에 거주하고 있는 이동화 권사님 가정을 심방하고 왔습니다. 1년에 한 번 들리는 곳이기에 의미를 가지고 다녀옵니다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경북 영양을 가려면 안동 시내를 거쳐 임하댐과 안동댐을 경유해서 꼬불꼬불한 국도와 지방도를 거쳐야 하는 수고가 있어야 했는데이제는 상주-영덕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무려 30여 분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수월함이 심방을 도와주었습니다두들 마을에 도착하여 권사님 내외분을 반갑게 맞아 교제를 했습니다예배를 통해 권사님 내외분과 깊은 영적 소통도 나누었습니다시골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시골틱(?)한 문 집사님의 사랑을 담은 정갈한 음식도 만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영양까지 배달된 강릉 산 테레로사 커피도 맛보는 이색적 경험도 했습니다벌겋게 익은 대추를 직접 따서 먹는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예배 후정담을 나누던 중 문 집사님이 방앗간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어르신은 근처 마을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권사님이신데 말문이 열려서 정겹게 가족 이력을 내놓으셨답니다장남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둘째는 무엇을 하고 등등 그러다가 한 마디 몇 째는 어디에서 목사질을 하고.

어르신은 자기 자녀의 일을 겸손하게 낮추시는 표현법으로 그렇게 말하신 것입니다.

이 말에 익숙하지 않은 문 집사님 왈, “아들 중에 한 명은 어디에서 목회를 합니다.”라고 말하면 좋을 걸 그랬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진짜로 목사가 목사질을 한다고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3D 업종인가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방문한 영양 심방을 통해 그래도 아직은 목사질이 그런대로 보람된 사역이고 숨 쉴 만 하다는 자위를 하게 되었습니다.

200년 이상 된 고택들이 즐비하고작기 이문열 선생의 고향으로 유명세를 탔기에 군에서 유명 관광 인프라로 개발된 경북 두들 마을 중에서도 이 권사님의 고향집은 뚜렷이 그 권위에 있어서 압권일 정도로 아름답습니다이번에 심방 차 들렸는데 문 집사님이 거하는 안채를 너무 아름답게 리모델링해 놓은 광경이 넋이 나갈 정도로 고풍스러웠습니다바로 그 자리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헌데 그 예배는 입주 예배였습니다. 4월에 공사를 완료했는데 문 집사님이 입주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이유인 즉은 담임목사와 함께 예배를 드린 뒤에 입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이야기를 듣다가 생각했습니다.

목사질그래도 아직은 해볼 만하다.”

뭐 그리 대단한 목사라고 입주을 위해 목사를 5개월을 기다려주는 신자도 있으니 말입니다목사도 얄팍한 성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그렇게 예우해 준 교우가 너무나 감사해서 목회를 하면서 가장 사역에 힘이 되어 준 말씀을 뽑아 예배 텍스트로 정해 지체들을 위로하고 강복했습니다멀리 떨어져 있는 지체그래서 표면적으로나마 소원(疏遠)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체의 목사를 향한 그 따뜻한 배려에 그 영혼을 책임 진 목사로서 너무 감사한 심방을 마쳤습니다심방을 마치고 나오는데 고택을 14년 동안 지켜온 황돌이가 매우 고통스러워 보여 물었습니다.

집사님황돌이가 예전 같으면 짖고 난리가 났을 텐데 너무 조용하네요왜 그렇지요?”

목사님황돌이를 묻어줄 무덤 하나 만들려고 해요지금은 진통제로 버티는 데 이제 너무 늙어서 오늘내일 해요. 3일 동안 곡기를 끊었어요.”

뭐가 예쁘면 뭐도 예쁘다고황돌이가 고통스럽게 가지 않도록 별 기도를 다했습니다. (ㅎㅎ)

녹록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할 만한 목사질 중에 하나행복한 심방이 이 땅에서 목사로 살아가는 또 다른 의미를 저에게 주었습니다영양 두들 마을의 최고의 선물은 권사님 고택 앞마당에서 태우는 낙엽 냄새입니다그 냄새가 또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참지 못할 것 같으면 그냥 무작정 내려가 볼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