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 만에 남창규 집사께서 진료하는 한의원에 방문하여 침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곳에 남성 갱년기에 따른 증상들이 심해져서 한의학 신세를 지기로 한 것입니다. 이제 거의 한 달에 접어들었는데 치료 기간 동안, 적지 않은 것을 경험하면서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뒤라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되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10년 전에 편두통 치료를 위해 다녔기에 남 집사의 기억에는 당시의 기억만이 있었을 터인데 저를 처음 보자마자 제가 왜 한의원을 다시 찾았는지에 대한 제 일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을 보면서 한의에 대한 남다른 전문성과 프로 근성이 그에게 있었다는 기억이 저를 재삼 복기하게 했습니다. 통상 일주일에 세 번 방문하여 침 치료를 받습니다. 약 50여 곳에 침을 맞는 일이 쉽지 않기에 일주일에 삼일을 할애하는데 그 요일을 월, 수, 금요일로 정했습니다. 이유는 그 요일이 남 집사께서 진료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요일에는 부원장이 치료하는 데 물론 저에게는 원장과 부원장의 진료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 집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몇 몇 권사님들의 권면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 때문에 아마도 부원장보다는 원장이 낫지 않을까하는 속물근성이 한 작용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우리 교회의 상황에서 볼 때, 담임목사의 설교에 비해 부교역자들의 설교가 전혀 부족함이나 손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담임목사의 설교를 더 선호하는 유교문화적인 생리와도 같은 맥일 것입니다. 또 하나, 직원들의 태도가 기억에 진하게 있습니다. 한의원을 찾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은 노령의 환자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많이 써서 닳고 닳아 몸 전체가 다 아픈 환자들 말입니다. 그러니 별의 별 사람들이 참 많은데 직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환자들을 애기 다루는 듯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특히 사무장의 환자 다룸의 솜씨는 왜 남창규 한의원에 그렇게 환자가 많은지를 대변해 주는 하나의 방증이기도 했습니다. 눈높이는 환자의 눈높이로. 사무장의 이런 환자 다룸은 역시 프로급이었습니다. 이러한 외적인 요소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 주기에 손색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은 한의원에서 제가 느낄 수 있었고, 복기할 수 있었던 최고의 요소는 신뢰감이었습니다. 서로 말을 많이 하지는 앉지만 옛 담임목사의 재방문에 대하여 감사하는 집사님과 옛 기도의 대상자이자 섬김의 당사자였던 남 집사에게 제가 저의 연약한 육체적 영역을 맡긴 것은 그의 진정성이 있는 치료의 확신 때문입니다. “목사님, 힘드셨을 텐데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한 마디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 신뢰로 다가오든지 감사했습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이었던 우석이가 뉴질랜드에서 유학하고 있는 대학생으로, 효정이는 영훈이와 같은 학교 고등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만큼 세월이 흐르고 또 흘렀다는 생각에 많은 상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집사와의 재 만남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한 번 복기할 수 있는 추억의 회상들은 종에게 다음과 같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누구에게든지 좋은 사람으로 남게 되는 것, 그것은 인위(人爲)가 아니라 살아낸 그리스도인으로의 흔적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조직의 장(長), 직분의 화려한 경력, 너무 많아 명함의 한 면에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의 천박한 계급장들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족적과 추억을 아름답게 한 신실함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낸 것만이 누구에게든지 좋은 기억의 상대로 남는다는 것을 재삼 확인할 수 있는 참 좋은 시간을 근래 남창규한의원에 배웁니다. 사족하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남 집사에게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침이 아프지 않다고 하는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