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성결센터를 방문하면 2층 게스트 룸에 머뭅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4년 전,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세례를 베풀기 위해 루존교회를 방문했을 때 여름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기에 무척이나 더웠는데 이번에는 여름의 한 복판인지라 그 더위의 맹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선교사님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들렸던 시내 음식점에 마침 온도계가 있어 현재 온도를 보았는데 육안으로 들어온 온도는 섭씨 39-40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살인적인 온도였습니다. 센터의 게스트 룸에 소형 벽걸이 에어컨이 있습니다. 4년 전에 방문했을 때도 소리가 거의 소음에 가까울 정도로 시끄러웠는데, 4년 만에 방문한 센터 게스트 룸의 에어컨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저녁에 실내 온도가 35도를 육박하기에 에어컨이 없이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이라 에어컨을 OFF 라인 상태로는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ON 상태로 만들고 잘 수 없는 이유는 탱크 소리를 방불케 하는 기계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태로 2박 3일을 견디다가 결국은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해프닝을 벌였습니다. 선교사님에게 물었습니다. 신형 벽걸이 에어컨으로 교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가를. “600,000원 정도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 들어가면 다른 것은 몰라도 게스트 룸에 있는 에어컨은 바꾸어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마음에 선교부의 허락을 받아 재정을 투입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자 선교사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목사님, 무리는 하지 마십시오. 그 동안, 센터에 방문한 이사 목사님들로 똑같은 말씀을 하시고 갔는데 부도수표였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처음 맞은 주일, 예배를 마치고 크로스웨이 7기 사역을 하다가 센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마치면서 7기생 정성철, 황진선 집사부부에게 지나가는 말로 성결센터 에어컨 헌물을 크로스웨이 성경공부에 참여한 기념으로 하나님께 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이제 신앙의 여정 안에서 조금씩 은혜를 체험하고 있는 젊은 부부에게 물질적인 헌신도 하나의 공부이겠다 싶어 전한 말이었습니다. 아마도 담임목사의 말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일 저녁, 집사님 가정이 성결센터 에어컨 헌물을 드렸습니다. 목사로서 참 대견했습니다. 이제 신앙의 여정으로 들어와 하나님을 향한 헌신을 배워가고 있는 과정에 정말로 아름다운 결단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월요일, 곧바로 선교사님에 송금하고 드린 성도의 이름을 알려주어 중보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카톡으로 교체한 신형 에어컨 사진과 함께 이런 메시지가 왔습니다. “목사님, 감사함으로 에어컨을 교체했습니다. 황석주 안수집사님과 황진선 집사님 가정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는 내내 승리를 기도했습니다. 이제는 탱크 소리가 세미한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신앙의 여정이란 영적으로 바장임이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임을 말입니다. 지난 주간, 새벽예배 성격통독 본문은 예언자 이사야의 글이었습니다. 예언자는 고루하고 매너리즘과 무감각에 빠져 있는 유다를 향하여 이렇게 일갈하며 비수의 소리를 던집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시인하나 마음에서 멀도다.” 입술로 한몫하는 종교인들이 지천에 깔려 있는 교회의 아픔을 봅니다. 생각에 따라 큰 물질, 혹은 작은 물질이 될 수 있으나 계산하지 않고 마음으로 하나님께 귀한 걸음을 내디딘 황 집사님에 이렇게 전언했습니다. “참 잘한 일입니다. 하나님의 강복하심이 있기를 담임목사가 기원합니다.” 우리 세인교회. 이타적 교회로 그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행복한 세인교회를 일구어가는 생각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응원합니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