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출간한 저서에 감리교 신학대학 교수를 역임한 김득중 교수의 칼럼 집인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에 실린 글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곱씹기 위해 다시 한 번 언급하면 이런 글 내용이었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시기에 프랑스의 아주 한적한 농촌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농부가 레지스탕스로 오해되어 독일의 비밀경찰에 체포되는 바람에 졸지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너무 억울한 농부는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다. 나는 레지스탕스가 아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김득중,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p,51.)
그러자 옆에서 같이 체포된 진짜 레지스탕스 요원이 농부를 보며 냉소적으로 이렇게 힐난했습니다.
“당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죽을 잘못이다. 당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하다. 전쟁은 5년이나 계속되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참하게 피를 흘렸고 수많은 도시들이 파괴되어 버렸다. 조국과 민족이 멸망 직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당신은 도대체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위의 책, p,52)
전율했던 대목입니다. 5월은 특별히 가정의 달이기에 많은 교회마다 행사가 다른 달에 비해 많은 나날을 보내는 편입니다.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린이부, 청소년부, 청년부, 장년부의 사역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어제는 다음 세대들의체육대회가 있었고, 오늘 주일만 해도 달란트 시장을 비롯하여 청년들과 학생들의 필리핀 단기 선교를 위한 기금 마련 식탁공동체도 진행합니다. 더불어 교사주일이기에 교사들을 위한 위로회도 오늘 진행됩니다. 더불어 지난 주간에는 교회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더불어 월말에는 장애우 섬김 사역과 조손 가정의 어린이들을 섬기는 이타적 교회 사역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느헤미야 역사서를 보면 주의 뜻이라는 전적인 하나님의 지원과 평신도 사역자로 너무 철저한 영적 준비와 기도로 준비한 예루살렘 성벽 재건이라는 전역사가 느헤미야의 헌신으로 말미암아 감격적으로 진행되어 하나님께 봉헌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허나 이러한 감동의 사역 과정 중에 산발랏과 도비야와 게셈의 집요한 방해와 비아냥과 물리적인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이 공격은 너무나 치열한 공격이었습니다. 느헤미야서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담임목사는 느헤미야의 이 기막힌 공격당함을 보면서 한편으로 애처롭고 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역경을 이기고 예루살렘 성벽 재건이라는 승리의 깃발을 꽂게 된 결정적인 단서를 성경 한 구절을 통해 소름끼치는 감동으로 만납니다.
“성을 건축하는 자와 짐을 나르는 자는 다 각각 한 손으로 일을 하며 한 손에는 병기를 잡았는데” (느 4:17)
성을 재건하는 느헤미야의 사람들은 한 손으로는 성벽 재건을, 또 한 손으로는 적들의 공격에 대비하는 칼을 들었다는 이 구절에서 느헤미야와 그의 백성들이 얼마나 목적과 의미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일했는가를 피부로 절감하게 됩니다.
주님의 사역을 감당하는 과정 중에 그 역사를 담부하지 않으려는 무감각의 종교인들보다 더 무섭고 비겁한 자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죄’를 범하는 무늬만 있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하여 주의 사역을 위해 두 손 전부를 선하게 사용하는 5월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