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사역을 할 때는 물론, 교회를 개척한 이후에도 부족한 사람이 유일하게 외부적으로 활동하며 섬기는 기관이 바른 교회 아카데미입니다. 11년이 된 이 사역을 지근거리에서 동역하는 동안 섬기던 사람들의 변화도 있고, 중간 중간 섬김의 방법론에 있어서 교수 연구위원과 목회자 위원과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과 갭이 있어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사역을 교회에서 지원하고 저 역시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바른 교회로의 길 모색이라는 정체성을 이 모임이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간에 이렇게 11년째 섬기고 있는 바른 교회 아카데미 연구위원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이 세미나는 교회 부흥 세미나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종류의 공부모임입니다. 이 세미나의 성격은 한국교회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그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때로는 아프지만 치열한 비판과 자아성찰을 요구하기에 현장 목회자로서 어떤 경우에는 적지 않은 불편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금년이 종교 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에 세미나의 주제가 ‘한국교회의 개혁과제에 대하여 말하다.’ 라는 짐짓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그 안에서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한 나름의 대안을 찾으려는 몸부림은 참석한 자들이 볼 때는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눈 여겨 보았던 발제는 신학대학 교수 연구위원이 아닌 평신도 위원인 한동대학교에서 헌법을 가르치는 이국운 교수의 “교회 직제-헌법학자의 시각”이라는 제하의 발표였습니다. 이 교수의 발제가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교회가 정신을 차릴 것 중에 하나인 개혁이라는 명제를 논할 때 교회가 행하는 개혁은 ‘Reformation’ 이 아니라 ‘reformation’ 이라는 점을 인식하라는 논제 때문이었습니다. 이 교수가 지적한 소문자(r)와 대문자(R)로 구별되는 ‘개혁’의 의미는 대단히 중요한 교훈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프로테스탄트가 교회와 사회에서 다수와 주류가 되는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이고 신기한 사건입니다. 오히려 역사의 더 일반적인 모습은 그 둘 모두에서 소수이지 비주류로 사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를 빨리 교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의 발제를 들으면서 콘스탄티우스 대제 시대에 정치적 논리로 기독교가 지하 종교에서 지상 종교로 급상승한 것은 도리어 교회가 맞이한 최고의 비극이라는 점을 다시 곱씹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작금의 정부 사태에 즈음하여 그 동안 갖고 있었던 정치적 헤게모니를 잃을까 광장으로 나가 큰소리를 내며 전전긍긍하는 조국교회의 아픈 자화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예언자 예레미야, 미가, 아모스는 그들이 활동했던 남, 북 이스라엘의 지역적, 역학적, 종교적 최악의 정치구조 속에서도 그들은 언제나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실천하고 선포하고자 했던 소수의 대변자였는데 오늘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는 다수와 주류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 유감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바른 교회 아카데미 세미나는 상투성으로, 혹은 잊어버림이라는 핑계로 침잠(沈潛)하고 있는 나의 영적 무감각을 6개월마다 새롭게 인식시켜주고 공부를 하게 하는 좋은 선생님입니다. 전도 세미나, 교회 부흥 세미나, 은사 세미나, 교회컨설팅 세미나, 셀 세미나, 소그룹 부흥 세미나 등등에 열광하고 있는 오늘, 한국교회의 참다운 회복과 본질적인 교회로의 길을 모색해 주는 이 귀한 공부 세미나에 더 많은 후배, 동기, 선배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