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제 나이 즈음이 되면 ‘테스토르테론’ 이라는 남성에게서만 나오는 호르몬이 현격히 줄어들어 남성 갱년기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어느 방송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해서 무력해지고, 왠지 모든 일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심지어는 심리적인 상태가 여성적이 되어 가끔은 드라마를 보면서 울기도 하고, 심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는 정도로 남성 갱년기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말하기를 갱년기는 팔자 좋은 사람들만이 느끼는 부자병이라고 혹평을 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지만 실제로 이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을 보면 남성 갱년기라는 장애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2016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한 해를 정리해야 하고 또 다른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예년 같으면 상당히 많은 생각에 젖어야 할 시기입니다. 허나 금년은 조금은 색다른 것 같습니다. 복잡한 목회 구상, 여러 가지의 사역 구성에 여념이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상인데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안온합니다. 2017년을 향한 목양 준비에 치밀한 그림자를 문장화시켜 구체적인 내 목회의 노하우를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금년에는 그런 긴박성이 별로 저에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주 잘 따르는 후배가 매년 저의 목회 계획을 보면서 선배님의 목회 계획을 보면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비행기를 태운 적도 있을 정도로 나름 탄탄한 목회 노하우도 만들어 왔는데 금년에는 정말로 저도 잘 믿기지 않게 목회의 내용들이 헐렁합니다. 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시지 않기를! 이제는 그런 감각이 떨어졌다고.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금년 연말을 보내며 제 마음이 왠지 모르게 타이트한 마음이 없어졌다는 것을 토로하고 있는 것입니다. 목회의 현장에서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는 목회가 더 진하게 다가오고, 분주하지 않은 목회가 그려지고, 시끄러움이 아니라 침묵의 영성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고, 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목회자인 저의 자아가 아닌 성도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들을 계산하지 않고 먼저 구상하는 것이 좋겠다는 그런 넉넉함이 저에게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앞서 언급한 대로 제 신체의 호르몬 계통에 급격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해 봅니다. 다만 이러다가 목회 본질마저도 흐릿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나름의 기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2017년에는 ‘하나님의 식을 살아내기’로 표어를 정했는데 이렇게 가다가 도리어 사람에게 좋게 하는 목회로 가는 것은 아닐까, 사람의 기분에 맞추어주는 목회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와 두려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만 2016년 말미에 제 마음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설교의 욕심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실은 저에게 주어진 수없이 많은 설교의 부담감은 제 목회의 가장 큰 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목회자의 자존감은 그래도 설교인 것을 알기에 지난 29년 동안 이 부분만큼은 타협하지 않기 위해서 나름 목숨을 걸었고, 나를 채찍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함께 동역해 주었던 많은 부교역자들에게도 이 부분만큼은 실수하거나 타협하지 않도록 호되게 몰아쳐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2017년에는 이 영역에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내려놓으려고 하는 것이 저의 작금의 심리적 상태입니다. 해서 설교 역시 본질적인 차원에서 예언자적인 선포와 케리그마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 짐을 줄이고 내려놓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런 마음이 괜스레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심리가 저에게 있습니다. 나이 탓인가? 이제는 목회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정년동안 정말로.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