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배에 가서
지난 주 수요일, 수양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시내로 나가 일부러 큰 교회를 찾아 수요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교회에 들어서 보니 소위 한국교회의 장자 교단이라고 자칭 이야기를 하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 측에 속해 있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교회 이름의 최대 브랜드(?)라고 하는 고유 이름을 가지고 있는 교회였습니다. 교회 건물로 들어서 보니 4층으로 건축된 아주 세련된 현대식 콘크리트 구조의 외형을 가지고 있었고, 더불어 본당 내부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는데 조금은 사치스러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풍스럽게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음향, 조명 시설은 눈대중으로 훑어보았는데도 대단한 예산이 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제품들로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주보를 살펴보았는데 주일 예배에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보니 어림잡아 출석하는 신자의 수가 족히 300여 명 정도는 되어보였습니다. 도시에 이 정도의 규모와 예배당 건물을 갖고 있으면 모르긴 몰라도 한국교회의 형편상 상위 등급 20% 안에는 넉넉하게 들어가는 꽤 괜찮은(?) 교회라고 세인들은 말할 것입니다.
제가 예배를 찾아간 날은 수요일 저녁입니다. 이제까지 앞에서 전술한 것을 토대로 제가 드린 예배를 평가하라고 한다면 가히 이 단어를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쌀쌀한 날임에도 난방이 되지 않았습니다. 고장이 난 것인지 아니면 일부로 난방을 가동하지 않은 것인지는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1시간 내내 냉랭한 추위와 맞서 싸우며 예배를 드려야 했기에 힘이 들었습니다. 교우들에게 그 다음의 이야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가가 고민스럽지만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그날 그 큰 본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인원은 설교를 하는 담임목사와 반주를 하는 사모님으로 보이는 자매를 포함하여 10명의 지체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원로 장로님으로 여겨지는 분, 한 분을 포함한다면 예배를 드리는 평신도는 총 9명인 셈인 것이지요. 그 날 그 큰 예배당에서 말 그대로 그렇게 썰렁한 예배를 드렸습니다. 물론 한 명의 영혼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는 관점에서 말하면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그 날 예배는 가히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뒤에 앉아 예배를 드리는 동안 앞좌석에 앉아 계신 두 명의 여 성도들은 민망할 정도로 설교 시간에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원래 그렇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전혀 졸고 있는 그들에게 아랑곳 하지 않던 담임목사는 도리어 웬 알지 못하는 중년 남자가 예배에 참석한 것을 알고 사기가 충전했는지 그 때부터 톤이 높아져 열정적으로 설교 말씀을 전했습니다. 마침 전하던 말씀 본문은 다니엘 6장에 기록된 다니엘이 사자굴에 던져지는 그 감동의 드라마였는데 6장의 시대적 배경이 메대의 다리오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새신자 나온 것에 상기가 된 목사님은 다니엘을 사자굴에 던져 넣으라고 명령한 왕이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라고 설교 내내 힘주어 말하면서 아멘을 유도하는데 이거 아멘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아주 고통스러웠습니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에게 잊어진 예배가 삼일 밤 예배라는 사실은 우리 교회를 포함하여 내 사랑하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요 예배를 준비하는 목회자의 태도 역시 불성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교인들이 오늘같이 바쁜 현대에는 삼일 밤 예배까지 참석할 수 없다는 지론으로 예배를 등한시하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거기에 부합이라도 하듯 교회를 섬기는 목사도 적당히 그냥 때우기의 예배를 드리면 되지! 라는 철저한 패배의식이 한국교회를 약하게 만드는 또 다른 주적 같은 요인입니다. 예배를 드리고 온 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수요 예배의 침잠(沈潛)은 주일 저녁예배의 침잠으로, 주일 저녁 예배의 침잠은 유일한 보루인 주일 낮 예배의 침잠으로 연결될 것이 뻔합니다. 이러다가 예배도 용역을 주자고 할 때가 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싶어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경성하기로 한 것입니다. 혹시 오늘 담임목사의 목양터 이야기 마당을 읽고 난 뒤에 기쁜 나머지, 이렇게 머리 나쁜 티를 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님, 그 교회에 비하면 우리 교회는 꽤 괜찮은 교회네요. 안 그래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