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 자원방래 불역낙호)2024-04-02 11:44
작성자 Level 10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아주 오래 전고등학교 교과서에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이제 50대를 훌쩍 넘은 나이를 살다보니 나에게 이렇게 찾아오면 정말로 기뻐할 수 있는 벗이 있나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이제 내년이면 정확하게 신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되는 해를 맞습니다저 같은 경우에는 목회자라는 특수한 계층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 초고등학교에서의 친구들보다도 오히려 신학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훨씬 더 유대감을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유/불리에 따라 이해타산으로 관계를 맺는 경우들이 허다한 세속적 경향과는 정반대의 입장입니다.

지난주에 신학교에서 만나 30년간 꾸준히 우정을 쌓아오고 있는 벗이 찾아왔습니다우리 교회가 함께 선교하며 돕고 있는 새결 교회를 섬기는 이상선 목사입니다저하고는 목회의 성향과 길이 판이하게 달라 친구는 30년 간도시빈민들을 위해 헌신하며 사역해 왔습니다저하고는 나이도 동년배이기에 신학교를 다니면서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했고젊은 날의 시국과 부조리와 불합리로 인해 방법은 달랐지만 같은 마음으로 고민하며 아파했던 친구입니다결국 친구는 일반 목회를 포기하고진보적인 교단으로 적을 옮겨 노숙자부랑인힘이 없이 억울하게 고통을 당하는 도시 빈민들과 동고동락하며 30년 삶을 이어온 삶의 목회자입니다.

친구는 본인의 사역으로 인해 가정적인 부담을 반려자에게 짊어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지금까지 독신으로 살아온 독종입니다해서 항상 제천에 오면 따뜻한 밥이라도 함께 하려고 아내는 손수 밥을 짓고 식사를 대접하려고 애쓰는 친구 중에 한 명입니다허나 그 날교회에 행사가 있어 분주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매식을 하게 되어 친구에게 미안함을 전했습니다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베론 성지에 들려 해가 지려는 녘의 고즈넉함을 친구와 함께 나누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베론의 아름다운 정취에 빠졌기 때문이었나 봅니다유독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베론을 즐기는 친구가 갑자기 가여워(?)졌습니다인천에 남아 있는 없는 자들의 게토인 소설에도 나온 괭이부리마을에서 그들을 섬기며 목회하고 있는 친구가 문득 지난 세월동안의 현장 목회에서 견디고 또 견디고 또 견뎠던 어려웠던 일들을 잠시 소탈하게 고백하며이제는 조금 지친다는 의미의 말을 전하면서 아인천에 안 가면 안 될까하는 자근한 소리가 저의 가슴을 아리게 했습니다일반 목회 30년을 한 나도 지치는데삶을 거의 포기한 자들 그래서 거칠 대로 거칠어진 자들과 함께 부대끼는 친구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까 생각하니 괜스레 제 스스로가 너무 미안해진 것입니다함께 한 시간을 뒤로 하고 헤어지는 데 친구가 베론이 너무 좋았는지 추석 이후에 한 번 다시 꼭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피력해서 주저 없이 우리 방 하나가 비어 있으니까 그 때는 조금 여유를 갖고 교제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봄어머님의 장례식장에서 혼절 직전에 있었던 친구를 염려하며 옆에서 안쓰럽게 부축하던 친구가 멀리서 찾아와 주어 저는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습니다친구는 항상 나에게 사랑의 빚을 진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저는 친구에게 너무나 큰 사랑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어려서 심장이 안 좋게 태어나 지금도 인공으로 심장을 박동하고 있는 친구가 계속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有朋이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

지난 주친구와의 만남이 너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