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자주 불러 주세요.2024-04-02 11:44
작성자 Level 10

신학교 시절서울 밀알 선교단 찬양 축제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장애우들을 위한 찬양 축제였기에 몸이 불편한 형제와 자매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한 찬양들을 주님께 혼신의 힘을 다해 드리는 것을 보았습니다한쪽 팔이 없는 자매가 義手(의수)를 하고 연주하는 감동을 보았습니다뇌질환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형제가 천상의 율동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또 중증 뇌 병변 환우들이 보컬을 조직하여 연주하는 빠른 찬양을 드리는 색다른 감동도 보았습니다청각 장애우들의 수화 찬양도 은혜롭게 보았습니다헌데 그날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것은 색소폰 연주를 통해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운율의 찬양을 들려준 시각 장애우였습니다도우미의 손을 잡고 등단한 형제는 마치 모든 사람들의 영혼의 심금을 만져주는 어매이징 그레이스’ 찬송을 색소폰으로 연주하여 많은 갈채를 받았습니다찬양 연주를 마치고 사회자가 이례적으로 시각 장애우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그 중에 하나잊지 못할 대화가 기억에 생생합니다.

형제님연주에 많은 관객들이 뜨거운 갈채를 보냈습니다감사의 인사말 하나 전해 주시지요?”

그러자 이 형제가 관객들을 향하여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했습니다그리고는 이렇게 한 마디를 했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박수에 감사하고 기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정말로 감사합니다그런데 저는 더 큰 감사가 있습니다태어날 때부터 저는 앞을 보지 못했습니다그래서 자연의 사물이부모님들이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모릅니다그렇지만 저는 큰 희망이 있습니다제가 눈을 뜨는 그날제일 먼저 제가 볼 처음의 존재가 예수님이시라는 점입니다그것은 여러분이 저에게 보내주신 박수의 기쁨으로도 전혀 비교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지난주에우리 교회에서 제천 밀알 선교단에 속해 있는 장애우들을 섬겼습니다그들을 보는 데 참 미안하고 죄송했습니다그들에게 계속하던 선교를 금년부터 중단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했지요그들을 참 오랜만에 교회에 초청해서 섬기는 데 고개를 들 수 없는 죄송함이 밀려왔습니다예배 전그들에게 너무 오랜만에 모시게 됨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을 전하자한 자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저희들을 찾아주는 교회가 거의 없어요그런데 저희들을 이렇게 잊지 않고 불러주셔서 저희들이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마음을 열어준 자매가 이윽고 한 마디를 더 했습니다.

목사님저희들은 정말로 외로워요자주 불러 주세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섬긴다고 부른 장애우들을 위한 대외 섬김의 사역에서 도리어 너무 귀한 교훈을 그들에게 얻었습니다교회들마다 너무 다른 일에 바쁜 것 같습니다정말로 해야 할 일에는 둔감해 진 교회의 본말전도를 봅니다세인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일인데 집중하지 못한 것 같아 송구함이 밀려왔습니다장애우들을 섬기는 날산상수훈의 벼락같은 주님의 음성이 저를 죽비처럼 때렸습니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마태복음 5:46-47)

호된 매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하나님의 교회에서 함께 해야 할 일들에 소홀하지 않는 교회가 되기를 다짐해 봅니다.

교회는 타인을 위해 존재할 때만 교회이다.”

본회퍼 목사가 전해 준 값비싼 복음을 가슴에 쓸어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