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너무 맛있었던 속배기2024-04-02 11:09
작성자 Level 10

아주 어려서 경험했던 추억들은 오늘을 사는 저에게는 아련하기는 하지만 참 행복했던 흔적들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모두가 힘들게 살던 시절이었기에 먹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그래서 그랬는지 어느 날어머님이 해주시던 개떡(?)이 왜 그리 맛이 있었는지별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가끔 부쳐주시던 부침개가 왜 그리 맛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비롭고 푸근하고 따뜻한 기억들입니다.

겨우내변변치 않던 살림 때문에 철없이 반찬투정을 하노라면 냉장고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어머님은 큰 그릇에 냉장고에서 막 꺼낸 것 같은 숨이 살아있는 김장 김치와 섞박지를 담아 오셨습니다허면 형님들과 식은 밥을 따뜻한 물에 말아 긴 김장 김치를 쭉 찢어서 한 입 집어넣으면서 그것이 천하제일의 맛으로 인정했던 아름드리 가득한 추억이 있었습니다이상한 것은 오늘 김장 김치를 맛있게 보관하고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소위 말하는 딤채 냉장고와 같은 김치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는 아무리 먹어 보아도 그 때 어머니께서 담아 오신 김치와는 맛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왜 일까아마도 오늘 우리들의 시대에는 너무 많은 먹거리 홍수와 맛있는 인스턴트식품에 매몰되어 상업적 입맛으로 우리들이 입맛이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그래서 어머님의 김장 김치와 섞박지가 더 그리운 것은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주간에솜씨 좋은 권사님 한 분이 김장을 했다고 담임목사 분(?)을 사랑에 담아 가지고 오셨습니다워낙 솜씨가 있는 지체이기에 재론할 여지가 없이 맛있는 김치일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마침 김장 김치를 가지고 온 지체는 김장 속배기를 함께 담아 가지고 오셨는데 그 시간이 점심식사를 막 시작한 터라 권사님의 속배기를 시식할 수 있었습니다먹는 순간갑자기 그 옛날 어머님이 담그신 김장 생각이 났습니다별로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어도 너무너무 맛있었던 어머님의 그 맛이 살아났습니다워낙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터이기는 하지만 그 날 먹은 김장 속배기는 오랜만에 어머니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었습니다이제 육십을 갓 넘긴 권사님에게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지를 조금 더듬어 보았습니다기억을 더듬다가 그 맛의 비밀을 아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역시 사랑이라는 양념이 첨가되었기 때문입니다과거 우리들의 어머님들은 밥을 지으시기 전소위 말하는 성미를 떴습니다. “주의 종이 이 성미를 통해 건강하게 하시고 목양에 승리하게 하옵소서.”라는 사랑의 중보를 담은 성미 말입니다가난한 시절선배 목사님들은 이 성미로 생활을 하며 목회를 감당했습니다그 옛날선배 목사님들과 성도들은 그렇게 신뢰하고사랑하며 교회를 섬기고 또 섬겼습니다너무 가난했지만 당시 사역하셨던 선배 목사님들은 어떤 의미로 보면 가장 행복한 사역자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념에 젖어봅니다.

추수감사주일사랑의 양념을 쳐서 가지고 온 권사님의 김장 속배기를 꿀맛으로 먹으며 소박한 감사에 행복했습니다.

행복이 뭐 별건가속배기에 담긴 사랑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지.

이 속배기를 먹을 때마다 권사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이 중보기도로 보답하려 합니다.

권사님속배기에 담긴 사랑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