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려서 경험했던 추억들은 오늘을 사는 저에게는 아련하기는 하지만 참 행복했던 흔적들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 모두가 힘들게 살던 시절이었기에 먹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느 날, 어머님이 해주시던 개떡(?)이 왜 그리 맛이 있었는지, 별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가끔 부쳐주시던 부침개가 왜 그리 맛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비롭고 푸근하고 따뜻한 기억들입니다. 겨우내, 변변치 않던 살림 때문에 철없이 반찬투정을 하노라면 냉장고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어머님은 큰 그릇에 냉장고에서 막 꺼낸 것 같은 숨이 살아있는 김장 김치와 섞박지를 담아 오셨습니다. 허면 형님들과 식은 밥을 따뜻한 물에 말아 긴 김장 김치를 쭉 찢어서 한 입 집어넣으면서 그것이 천하제일의 맛으로 인정했던 아름드리 가득한 추억이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오늘 김장 김치를 맛있게 보관하고,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소위 말하는 딤채 냉장고와 같은 김치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는 아무리 먹어 보아도 그 때 어머니께서 담아 오신 김치와는 맛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왜 일까? 아마도 오늘 우리들의 시대에는 너무 많은 먹거리 홍수와 맛있는 인스턴트식품에 매몰되어 상업적 입맛으로 우리들이 입맛이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어머님의 김장 김치와 섞박지가 더 그리운 것은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주간에, 솜씨 좋은 권사님 한 분이 김장을 했다고 담임목사 분(?)을 사랑에 담아 가지고 오셨습니다, 워낙 솜씨가 있는 지체이기에 재론할 여지가 없이 맛있는 김치일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마침 김장 김치를 가지고 온 지체는 김장 속배기를 함께 담아 가지고 오셨는데 그 시간이 점심식사를 막 시작한 터라 권사님의 속배기를 시식할 수 있었습니다. 먹는 순간, 갑자기 그 옛날 어머님이 담그신 김장 생각이 났습니다. 별로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어도 너무너무 맛있었던 어머님의 그 맛이 살아났습니다. 워낙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터이기는 하지만 그 날 먹은 김장 속배기는 오랜만에 어머니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었습니다. 이제 육십을 갓 넘긴 권사님에게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지를 조금 더듬어 보았습니다. 기억을 더듬다가 그 맛의 비밀을 아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역시 사랑이라는 양념이 첨가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들의 어머님들은 밥을 지으시기 전, 소위 말하는 성미를 떴습니다. “주의 종이 이 성미를 통해 건강하게 하시고 목양에 승리하게 하옵소서.”라는 사랑의 중보를 담은 성미 말입니다. 가난한 시절, 선배 목사님들은 이 성미로 생활을 하며 목회를 감당했습니다. 그 옛날, 선배 목사님들과 성도들은 그렇게 신뢰하고, 사랑하며 교회를 섬기고 또 섬겼습니다. 너무 가난했지만 당시 사역하셨던 선배 목사님들은 어떤 의미로 보면 가장 행복한 사역자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념에 젖어봅니다. 추수감사주일, 사랑의 양념을 쳐서 가지고 온 권사님의 김장 속배기를 꿀맛으로 먹으며 소박한 감사에 행복했습니다. 행복이 뭐 별건가? 속배기에 담긴 사랑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지. 이 속배기를 먹을 때마다 권사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이 중보기도로 보답하려 합니다. 권사님, 속배기에 담긴 사랑,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