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가능한 와이파이(WiFi)’ 에 접속되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교우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신조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 헷갈리고 또 헷갈리는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 거의 대부분은 인터넷 관련 언어들입니다. 휴대폰 단말기가 이제는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정착되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언어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연로한 노년의 교우들은 물론 중년의 세대까지도 거의 따라잡지를 못하는 수준으로 발전되어 발 빠른 휴대폰 사용법을 포기한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릅니다. 이 글을 쓰고 저 역시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30%나 될까 할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것만 이해하고 휴대폰을 통상 전화기로 쓰는 정도입니다. 얼마 전, 아내가 알뜰 폰을 쓰다가 갑자기 갤럭시 신형으로 엄청난 업그레이드를 한 기종을 선택해서 그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아내는 정말로 전화기 정도의 생활 용품으로 휴대폰을 사용했는데 기종이 다양한 신형 휴대폰으로 바뀌고 나니 멘붕 상태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두드러진 지금의 상태는 기본적인 바탕화면의 애플리케이션을 이해하는 데 지금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고 그 한 복판에 와이접속에 대한 헷갈림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교회사택에서 별 불편이 없이 사용 가능한 IPTIME 와이파이가 1층 사무실에 가면 갑자기 접속 불가능해지고, 교회 본당에서도 거의 같은 현상이 있자 그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만 상당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왜 사택에서는 멀쩡하게 잘 되던 인터넷 접속이 층만 바꾸면 가끔 불통이 되고 제한된 용량이 넘어서면 일정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화면에 영락없이 뜨는 경고성(?) 메시지가 뜨냐고 죄없는 저에게 항변을 할 때는 죽을 맛입니다. 아내가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주눅이 들어 그 고민을 의뢰해 했습니다. 헌데 그 고민을 저에게 물은 것이 아니라 전도사님에게 풀어놓은 것입니다. 아마도 운전면허를 딴 이후에 도로주행을 남편과 하면 이혼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통계와 같은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도사님에게 요청이 들어간 것입니다. “사모님, 1층에는 와이파이를 가능하게 하는 공유기의 비밀번호가 이렇고, 2층 본당에는 기가 인터넷 공유기가 있는 데 그 비번은 이것이기 때문에 와이파이 앱에서 잡아주는 주소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저장해 두셔야 하고 서재와 사택은 락(LOCK)이 걸려 있지 않아서 와이파이 앱이 아마도 자동으로 주소를 검색해서 그냥 사용이 가능하실 거예요. 다만 바탕화면에 LTE 가 뜨든지 3G 가 뜰 때 인터넷을 사용하면 그건 유료가 되니까 항상 와이파이 접속을 눈 여겨 보셔야 해요.” 강 전도사님이 가르쳐 주는 와이파이에 관한 현란한 방언 수준의 미스테리 스토리를 듣고 나서야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를 보았는데 한편 그 지침이 아내에게 또 얼마나 기억에 남아 있을까를 생각하니까 제 마음이 안쓰러웠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은 중년의 사람들이 정말로 살기 힘든 시대가 온 것이 분명한 생각이 드는 것은 노래도 안 들려, 젊은 아이들이 주고받는 언어를 보면 마치 다른 나라 말처럼 보여 이해도 어려워, 신조어는 완전 방언을 하는 것처럼 보이니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에서 앞으로 더 기계화되고 사이버화 될 미래를 이렇게 직시하였는데 절절하게 받았습니다. “과거에는 인간이 우선이었으나 미래는 시스템이 우선시되는 공황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의 해석이 어쩔 수 없는 대세이기는 하겠지만 가장 불행한 것은 그런 시대일수록 사람의 뇌는 생각하는 뇌가 아니라 조정당하는 뇌로 굳어진다는 점임을 카도, 저도 동의한다는 것입니다. 한 장 한 장 나무 냄새가 나는 고요한 묵상의 책 읽기가 사라지고 e-BOOK의 편리함에 빠져 책 읽기 역시 기계음에 따라 빠르게 이해시키도록 하는 가장 비인간적인 시대에 우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울고 싶은 세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오늘도 휴대폰을 열 때마다 “사용가능한 와이파이에 접속되었습니다.”를 문구를 볼 때마다 오웰이 경고한 1984년의 국가에 내가 살고 있는 것 같아 철렁합니다. 어떤 때는 휴대폰이 이기(利器)가 아니라 흉기(凶器)로 보여 섬뜩해지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