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첫 월급2024-04-02 11:07
작성자 Level 10

1989년 대학원 재학 시절결혼을 앞두고 있어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직장생활에 해당하는 전담 전도사 사역을 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고 부산에 있는 서면교회로 내려갔습니다초짜 전도사라는 직책이 어리숙하기는 했지만 제 사역의 첫 단추는 그렇게 끼워졌습니다한 달 사역을 마쳤는데 모시던 담임목사님이 봉투를 내밀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전도사첫 달 사례금이다.”

당시는 담임목사께서 부교역자들의 월급을 일일이 손수 교역자 결산 시간에 건네주던 시대였습니다아내에게 첫 월급의 봉투를 전해주자 아내가 감사함으로 받아들인 첫 월급 봉투에는 330,000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본봉 300,000심방교통비 30,000

당시에는 첫 열매의 감각이 없었던 터라 아내는 십일조를 비롯한 제반 헌금을 미리 떼어 놓고남은 물질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빠듯한 월급으로 아내가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기억을 지금 더듬어보면 말 그대로 기적이었습니다아들이 태어나기 전이어서 아마도 그냥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문화생활도 했습니다.(ㅎㅎ한 달에 한 번 월요일 광안리 바닷가에 가서 아내와 함께 먹는 외식 짜장면과 커피 한 잔매 달 한 장씩 구입하던 노찾사의 LP 레코드사택 근처에서 구입하던 몇 개의 사과는 소박한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한 시절입니다그렇게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난 주간에 아들이 추석 연휴를 맞이해서 제천에 와 봉투 하나를 내 밀었습니다첫 월급을 탔다고 내민 월급 품이었습니다.

아버지어머니맛있는 것 사 드십시오.”

사역지로 나가던 날경제적으로 무조건 독립하라는 아버지의 엄명도 받았고내년에 대학원 입학 시부터 본인이 학비를 충당해야 하고 더불어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 전도사의 월급을 갖고 이 모든 일을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마도 아들은 나름 초비상 상태로 지낼 것이 불을 보듯 뻔한 데 부모에게 내민 월급 품이 얼마나 큰마음을 먹어야 했을까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일찍이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진정한 회심의 세 가지 조건으로 내 건 머리의 회심가슴의 회심과 더불어 돈지갑의 회심을 첨가시켰던 것을 저는 개인적으로 항상 민감하게 기억하며 사역해 왔습니다루터가 돈지갑의 회심이 없는 회심은 가짜라고 단언한 이유는 아마도 이것은 그리스도인으로 이 땅을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정수리 한 복판에 심어야 성도의 가장 중요한 영적 측면이 물질적인 정직함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하물며 목사로 살아가는 자들이야 말로 두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아들이 땀 흘려 버는 소득의 소중함을 이제부터 더 몸소 깊이 체휼하고그렇게 번 소득은 성도들의 또 다른 땀 흘림이 배어 있는 사랑의 물질임을 삶으로 인식하여 단 돈 1원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물질적인 회심을 날마다 경험하는 목회자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보는 것은 이미 목회의 현장을 살아온 선배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아들이 내민 첫 월급 품을 어떻게 할까아내와 함께 아들이 말한 대로 맛있는 것을 찾아서 먹을까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다가 제일 행복한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하나님께 맛있는 것을 대접하기로.

아들이 섬기고 있는 목양의 현장에 기름부음이 넘쳐나기를 두 손 모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