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찹쌀 보리빵 지난 목요일, 원주 병원 심방을 하는 시간에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가 컬러링과 함께 휴대폰 자막에 떴습니다. 모르는 번호는 웬만해서는 받지 않는 편인데 가끔은 택배 전화이기도 할 때가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수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택배 기사의 전화였습니다. 택배를 보낸 사람을 물으니 지금 군산에서 사역하고 있는 김동욱 목사가 보낸 택배 물품이었습니다. 부재중이기에 문 앞에 두고 갈 것을 허하고 심방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매년 김동욱 목사가 보내는 군산에 아주 유명한 빵집에서 수제로 만든 ‘흰쌀 보리빵 세트’였습니다. 김 목사가 보낸 준 사랑의 빵을 받고 나서 지난 26년 동안 목회를 감당하는 어간, 부족한 사람을 도와 사역을 함께 했던 부교역자들을 추슬러 보니 꽤나 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친 김에 부교역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들을 반추해 보니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강 전도사처럼 성인 이후 전 생애를 헌신하여 종을 도와 묵묵히 달려와 준 단지 담임목사와 전도사의 관계로는 설명할 수 있는 부사역자가 있는가 하면, 그리 오래 시간 동안 종과 함께 사역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람 자체의 마음 밭이 깨끗하여 함께 사역했던 추억들을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여 사랑의 띠를 띠 띠우고 있는 김동욱 목사와 같은 귀한 후배 사역자도 있습니다. 더불어 결코 적지 않은 어떤 이익과 불이익의 유무를 계산하지 않고 열심히 동역해 준 부사역자들을 하나님께서 종에게 붙여 주신 것은 개인적으로 종에게는 최고의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철저히 개인적인 이익과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발 빠르게 대처했던 부사역자들도 저는 기억합니다. 물론 그렇게 사역을 했던 부교역자들은 나름 지금 본인들의 입지를 구축하여 목양의 현장에서 또 나름의 일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허나 모르긴 몰라도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들 스스로 역시 담임목사가 되어 사역하는 현장에서는 함께 목양을 도와줄 부사역자들에게는 이익과 계산대로 움직이는 부교역자가 되지 말라고 압박(?) 할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도 이런 역설들이야 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의 한계이고 또 제한성일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양보를 해도 그래도 목양이라는 특수한 현장에서 사역하는 주의 종들은 서로가 인격적인 인간관계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재산을 형성하는 자원이라는 것을 목양의 현장에서 26년을 보내면서 더 더욱 진솔하게 체휼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것이야 말로 목회자들에게 살아 있는 지식이라고 믿기에 앞으로 남은 사역의 기간 동안에게 현장에서 저부터 함께 동역할 부교역자들과의 전인격적인 관계를 더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합니다. 빵을 받고 난 뒤, 김 목사에게 감사와 격려 전화를 하는 어간,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김 목사의 한 마디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목사님, 목사님과 동역하던 그 시절이 아직은 많은 목회의 연수를 경험하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다는 것을 지금도 더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인사성 멘트로 듣지 않고 진정성이 있는 후배의 이야기라고 듣기로 결정하자 그 동안 부교역자들과 나누었던 아름다운 동역의 파노라마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아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흰쌀 찹쌀 보리빵’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