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손자를 똑바로 잘 안고 계셔야 되요.”
누구든지 할아버지가 되는 수순을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당시 방년 나이 52세에 할아버지가 되는 순간은 순식간에 이루어져서 방어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졸지에 할아버지가 되었던 바로 그 병원으로 만 2년 만에 그 당사자가 또 아파 그 병동을 향해 심방을 다녀왔습니다. 마침 이번에는 간호사실이 아니라 휴게실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고 병세도 많이 호전된 상태라 간호사에게 주사를 맞을 일도 없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2년 전에는 안았던 놈이 이제는 도저히 안을 수 없을 만큼 성장해서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며 세월이 또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한 놈도 아니고 두 놈 다 입원을 하게 되어 정은숙 권찰의 마음고생이 더 크리라 짐작이 되어 아이들을 위한 치유 기도를 드린 뒤, 아이들의 엄마를 위해 위로하며 중보를 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밤새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 염려가 되었다는 아이들의 엄마, 열이 떨어지지 않아 너무 속상했는데 이제는 열이 떨어져 한시름 놓았다는 아이들의 엄마를 보면서 문득 고향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님 생각에 속에서 울컥함을 느꼈습니다. 내가 자랄 때 우리 엄마도 저렇게 나를 노심초사하며 키우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자 복받쳐 오르는 불효가 생각되었습니다.
지난 8월에 읽었던 정호승 시인이 쓴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에 나오는 그의 글 중에 가슴절절이 담은 글 중에 기억에 담고 있는 내용 중에 이런 갈파가 있습니다.
“내 어머니는 나로 하여금 신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깨닫게 해주신 존재다. 신의 사랑과 가장 닮은 사랑이 바로 내 어머니의 사랑이다. 모성은 관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다. 신의 사랑을 깨닫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성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또 그는 이렇게 어머니의 사랑을 극찬했습니다.
“한가위는 어머니다. 한가위는 늘 어머니의 마음을 지니고 찾아온다. 한가위 보름달은 초승달과 반달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왔다.”
시인이 한가위를 어머니로 표현한 이유가 초승달과 반달이라는 고통을 경험한 뒤에 탄생되는 보름달 때문이라고 해석한 글이 눈물어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반달과 초승달과 같은 언제나 부족함이라는 고통 속에서 자녀들을 키워 보름달 되게 하신 존재이십니다. 그 분은 영원히 자녀들의 자궁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지금도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는 나는 영원한 막내아들이고 이 세상에서 나에게 아내와 더불어 유일하게 볼을 비빌 수 있는 또 한 명의 여자입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여자가 아니라 나에게는 하나님이 보내신 하나님의 그림자입니다. 이번 한가위, 하나님의 그림자 품에서 편안한 안식과 행복을 누리는 우리 세인 식구들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엄마! 사랑해요.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