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땡이도 못 쳤습니다. 지난 주간, 양평에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 연수원에서‘한 번에 마스터하는 구약특강 심화과정’이라는 조금은 긴 제목의 세미나를 참석하고 왔습니다. 몇 년 전, 두 날개 양육 시스템 6단계 교육을 받을 때 하루에 거의 12시간에 육박하는 미친 스케줄에 따라 교육을 받으면서 육체적으로 많이 힘이 들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광고와 홍보된 이번 세미나 타임 테이블에 하루에 1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살인 스케줄이라는 것을 알고 내심 걱정을 하며 참석을 했습니다. 강사가 신학교 동기인 한세대학교 차준희 교수라 의리상 소위 말하는 농땡이(?)를 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강행군에 참여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구약 39권의 중요한 부분을 빠짐없이 터치해 나아가는 강사의 열정이 너무 강렬해서 나이 탓(?)에 밀려오는 육체적 한계의 고통을 참아내려고 분투했습니다. 5학년 4반이 하루 11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제일 먼저 격려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열정적인 친구의 노고였습니다. 대부분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들의 저서들을 보면 마치‘평신도 알아듣지 못하게 하기’경연대회를 하는 것처럼 할 수만 있는 대로 어렵게 쓰려고 한 흔적들이 보이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에 강의 교재인 친구가 쓴 4권의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정말로 대중적으로 구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 노력이 담겨져 있음을 보았습니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해서 지적인 레벨이 결코 낮지 않은 학문적인 가치도 고려했다는 점에서 강의 내내 목사인 나에게도 적지 않은 정보와 감동을 주었습니다. 또 하나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저에게 주어진 보너스 감동과 도전은 같이 참석한 신학교 동기들과 함께 하며 나눈 사랑의 교제였습니다. 어느 경우에는 아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목회자에게는 있습니다. 목사가 담고 있는 일련의 이런 속 깊은 이야기들은 신학교 동기 목사 외에는 결코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이 땅에는 없습니다. 강의 일정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묶고 있었던 숙소에 강사, 다른 동기들이 함께 모여 나눈 담소들은 그것이 꼭 목회적인 테마와 꺼리들이 아니더라도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소중한 것들이었습니다. 아침에는 여지없이 함께 모여 커피 마니아인 친구가 집에서 기계를 가지고 와 타준 드립 커피 한 잔의 따스함은 단순히 커피 한 잔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목양의 현장이라는 만만치 않은 삶의 정황 속에서도 패하지 않고 함께 하나님 나라를 위해 동역자로 같이 달려준 것에 대한 응원과도 같은 사랑의 온기였습니다. 교회의 크고 작음이 거기에는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성공한 목사, 실패한 목사의 구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목사 세계에서 더 심각하게 보이는 경쟁도 없었습니다. 강사인 교수와 듣는 학생으로 모였지만 격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놈 저놈이 대화의 말거리였지만 서로를 격려하려는 내심이 담보되어 있는 트임만이 있었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런 만남과 교제가 오늘 목사로 살아가는 저에게는 목사만이 먹을 수 있는 만나요 메추라기였습니다. 세미나를 마치고 강사가 점심식사를 거나하게 쏘았습니다. 먼 길, 바쁜 길 마다하지 않고 세미나에 찾아와 준 동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친구의 마음 또한 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우리 교회에 오고 싶어 하는 친구가 제천에 내려오면 지적으로 살찌게 해주고 육적으로도 배부르게 해 준 은혜 때문에 원수를 갚아야 하겠습니다. 또한 이번 세미나에 함께 하며 20대 초반의 풋풋한 대학 시절로 되돌아가 싱그러운 추억을 다시 기억나게 해준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친구들아,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들 해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친구들이 참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