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뜻밖의 선물2024-04-01 16:29
작성자 Level 10

뜻밖의 선물

 
며칠 전에 아들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로 뭔가를 말하고 싶은 것은 억지로 참으며 실 웃음을 짓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버지, 며칠 후면 아버지에게 좋은 선물이 하나 도착할 거예요.”
아들은 분명히 뭔가를 알고 있지만 그 비밀을 발설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로 저를 놀렸습니다.
금요일, 우체국에서 택배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의정부에서 목회를 하는 제자가 보낸 택배였습니다.
열어보니 드립 커피세트였습니다.
페이스북에서 함께 사역을 하고 우리 교회가 함께 동역하는 피선교지이다 보니 함께 관심을 갖고 위해 중보해 주는 제자가 보내 준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부족한 사람을 멘토 삼아 함께 달려가는 제자이기에 우리 교회 홈페이지에도 가끔 들어와 소식을 남기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데 아마도 작년 연말에 제가 쓴 목회 칼럼 콘텐츠인 목양터의 이야기마당에 쓴 저의 글 중에‘드립 커피와 목사’라는 제하의 칼럼을 읽었던 모양입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제자가 작은 정성이라도 부족한 사람에게 보내야 하겠다는 대견한 생각을 해 주었고 아들과 비밀리에 통화를 해서 그렇게 극비리에 서프라이징 한 선물을 보내 준 것이었습니다.
뜻밖의 감사한 선물을 받고 이런 감흥이 밀려왔습니다.
목회를 시작한 이래 사역했던 교회에서 너무 감사하게도 신학을 하겠다고 결심한 제자들이 빠지지 않고 나온 것에 대한 보람이 새록새록 올라왔습니다.
청년들이 드물 수 밖에 없는 밀양의 시골교회에서 처음으로 단독 목회를 할 때 훈련받은 청년이 지금은 세종시에 처음 세워진 성결교회 담임목사로 사역을 하고 있고, 그 누이는 주의 종과 결혼하여 부족한 사람이 시무했던 바로 그 교회 사모로 섬기고 있는 드라마와 같은 감동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7년 동안 청년들과 함께 뒹굴며 사역하던 파주의 법원동산교회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3명의 교역자와 1명의 사모가 배출되어 지금은 각자 맡은 사역지에서 아름다운 사역을 감당해 주고 있습니다. 사역지를 옮겨 진해 성결교회에서 시무할 때 양육되고 훈련된 제자 중에는 지금 선교사로, 전도사로 사역하는 종들이 배출되는 보람이 저에게 주었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것처럼 기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물며 저는 개인적으로 주의 종들을 배출하는 세속적인 인재 양육의 기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은혜를 하나님께서 주셨습니다.
그 중에 한 명에게 이번에 이런 호사의 제자 턱도 톡톡히 누리는 행복까지도 얻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자 김태형 교수가 본인의 저서‘트라우마 한국사회’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내용이 나옵니다.
“지식인은 넘쳐나는 데 진정한 멘토는 만날 수 없으며, 대학에 교수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
너무 단정적인 정의라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이지만 심증적으로는 내심 동의하는 글입니다.
시대가 많이 어려운 데 주의 종의 길을 묵묵히 감당하면서 정말로 보잘 것이 없는 부족한 사람을 멘토 삼아주어 멘티로 항상 따라오려고 노력하고 또 닮아 준 제자가 대견하고 또 대견스럽습니다.
제자가 보내준 케냐 AA 원두커피를 드립 기계에 갈고 물 대중을 맞추고 하는 것은 저에게 너무 서투른 일이라 군에서 군종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칭 바리스타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고 떠버리는 아들에게 부탁하여 첫 번째 원두커피를 시음했습니다.
맛도 최고, 냄새도 최고, 기계도 최고였지만 그 보다 더 소중한 최고는 주의 나라를 위해 선생보다 훨씬 더 잘 달려가고 있는 제자가 최고이기에 너무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의 서재로 오십시오.
따뜻한 원두, 읽고 싶은 책,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아날로그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진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몽땅 드리겠습니다.
저는 행복한 목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