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조국교회여! 안녕하십니까?2024-04-01 16:29
작성자 Level 10

90년 대 초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TH.M 과정을 이수할 때 민경배 교수께서 강의 중에 이런 멘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고종 황제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아내를 잃고 두려워하던 바로 그 시간 울먹이며 던졌던 말이 “밖에 그리스도인 없느냐?” 이었다고.
민 교수께서 이 강의 중에 이런 사족을 달았습니다.
“오늘, 밖에 그리스도인이 있는가?”
원래 민경배 교수는 유머 감각이 아주 뛰어난 분인데 그 날 강의는 내심 참 비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년이 훨씬 넘은 그 때의 일을 새록새록 떠올리는 이유는 벌써 그 때부터 조국교회는 흔들리고 있었음을 감지했기에 은사 교수님의 말이 가슴에 남아 있는 까닭입니다.
조국교회여 안녕하십니까?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안녕하다 말다요. 우리 교회 너무 잘 나아가고 있습니다. 끄떡없어요. 한국교회는 이대로 영원히 부흥의 부흥을 거듭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분들은 소위 말하는 네오-히어라키의 조직 안에서 견고한 체계를 확립하여 자식을 다음 담임목사의 자리에 앉힌 자들일 것이고, 아주 안정적인 교회에서 남부럽지 않게 목회를 하는 분들이겠고 기득권 정치에 아부하여 안녕하신 분들이겠지요.
몇 해 전. 인도네시아에서 성경 번역 선교회에 소속되어 선교사의 사역을 아름답게 감당하고 있는 후배가 잠시 한국에 나왔다가 부족한 사람이 시무하는 교회에 인사차 들려 교제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했던 말이 못내 조국에서 목회하는 선배로서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선배님, 한국에 나와 선교 보고를 하기가 무섭습니다. 교회 분위기 때문입니다. 처음 한 텀을 마치고 고국에 왔을 때는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텀을 마치고 들어와 보니 조국교회가 너무나 을씨년스럽습니다. 피부로 느끼는 아픔들이 선교사인 저희들에게는 더 민감하게 느껴집니다. 죄송하지만 한국에 들어오기가 무섭고 싫습니다.”
25년 이상 목회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목사인 저는 후배의 걱정스러운 염려가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나 또한 한국교회를 위기로 몰고 간 공범자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방 소도시에서 목회를 하는 범인(凡人) 목사입니다.
서울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공영 텔레비전에서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방송이 송출되면 그것의 진위를 떠나서 저 같은 사람은 그로기 상태에 빠집니다.
한 명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전 교우들과 함께 기도로 진을 빼고 교역자들은 목적을 두고 금식하며 달려와 가까스로 한 명의 영혼을 돌리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뼈를 깎는 노력과 수고를 통해 하나님의 교회에서 복음을 듣게 하는 데 승리하고 노래를 부르게 한 그 영혼이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교회 공동체를 빠져나가는 것은 불과 몇 시간도 걸리지 않습니다.
맡겨주신 주님의 교회와 양들을 현장에서 목회하면서 나아가는 평범한 목사들의 영혼 사랑은 유행가 가사처럼 ‘전쟁 같은 사랑’입니다.
그러나 원하지 않지만 여론이든 아니면 SNS 상에서 들추어진 일부 목사들의 일탈들은 교회를 반대하는 자들에게는 주 요리감이 됩니다.
이로 인하여 평범한 교회에서 오직 목회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임을 믿고 전쟁 같은 사랑을 사명으로 알고 달려가고 있는 대부분의 목사들조차도 도매 꿈으로 취급되어 무차별적인 공격과 인격살해를 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공격은 심지어 교회 안에 있는 불신자들에 의해서 더 집요하고 과감해지고 있다는 점은 아픔을 넘어 절망을 주 곤합니다.
그런데도 무감각한 어떤 이들을 교회가 안녕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지금 안녕하지 않습니다.
아니 안녕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스가랴의 고백처럼 타다 남아 검게 그을린 장작나무 같은 사람인 저에게는 적어도 교회는 안녕하지 않습니다.
저는 거창한 구호를 말씀드릴 자격도 없습니다.
그럴만한 목회의 승리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또 앞으로 그럴 자신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로하고 싶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 조국교회가 안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 같은 사람이 섬기고 있는 교회뿐만이 아니라 내 조국교회를 향해서 간절히 소망하는 소박한 꿈이 하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만 사랑하는 목사와 성도들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근래 읽은 책에 ‘하나님과 내 관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나의 과거와 현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과거와 현재다.’라는 감동의 고백을 보았습니다.
적어도 내 조국교회가 이 정도의 집중력으로 예수만을 사랑하는 교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정치로 덧칠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는 그냥 예수님만 사랑하는 공동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5년 뒤, 10년 뒤, 진정으로 조국교회는 안녕합니다. 라고 노래했으면 좋겠습니다.
대강절 네 번째 주를 맞이하는 어간, 이 노래가 우리 모두의 노래이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