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신실하게 목회를 하는 동기 목사와 사적인 만남을 가졌을 때 친구로부터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친구는 핸드 드립 커피를 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을 할 때 바쁘면 지근거리에 있는 커피 전문점에서 핸드 드립 커피를 사가지고 출근을 할 정도의 커피 매니아였습니다.
평상시에는 커피 원두 자체를 구입해서 사무실에서 직접 기계로 드립핑 해서 커피를 먹을 정도로 전문 커피 애호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의 일상이니까 그 날도 커피 전문점에서 드립 커피를 사가지고 교회 사무실로 들어가던 중, 섬기는 교회의 노 성도님을 우연히 교회 앞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날 노 성도는 리어카에 과일 박스를 듬뿍 담아 이동하는 중이었고 친구 목사는 손에 구입한 핸드 드립 커피를 들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이렇게 그날의 느낌을 진솔하게 전해 주었습니다.
“교회를 섬기는 노 성도는 5,000원을 벌기 위해 리어카에 폐지를 줍고 있는데 그를 섬긴다는 목사는 5,000원을 호가하는 드립 커피를 아무런 느낌이 없이 마시고 있다니!”
순간 하나님께 너무 송구스럽고 죄스럽다는 부끄러움을 순간 경험했고 그 이후로 적어도 상황에 따라 중견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일로 인해 어쩔 수없이 커피를 먹어야 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드립 커피를 절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시대가 악하여 목회자의 영적인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이지만 적어도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건강하게 이루어가려는 목사들은 이렇게 살고 있고 또 이렇게 살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구나의 대리 만족을 말입니다.
건강한 중견 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친구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서 그 날 참으로 기뻤습니다.
저에게 취미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목욕이고 또 하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영혼을 터치하는 LP 음악이 있는 서재에서 독서를 하는 것입니다.
이 고즈넉한 행복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고 싶습니다.
개척 이후 정말로 즐기고 있는 취미입니다.
어떤 의미로 보면 목사들에게 있어서 이런 류의 행복은 정말로 소박한 것입니다.
목사에게는 항상 긴장감이 있습니다.
비난 받을 일이 결코 없는 가장 소박한 행복도 어려운 형편에 있는 성도들을 견주어 볼 때 사치스러운 것은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그 긴장감 중에 하나입니다.
작금의 조국교회의 목양터가 목회자들에게 호흡을 거칠게 하는 녹록하지 않은 현장이기에 항상 영혼과 근육이 경직될 수 밖에 없는 현장이지만 적어도 건강한 신학을 토대로 하여 정상적인 신학의 테두리 안에서 건강한 교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목회자들이라면 전술한 친구와 같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시대의 첨병들입니다.
알아주든지 알아주지 않든지 이것은 정상적인 목회자들의 기본적 소양입니다.
지난 월요일, 부교역자들과 괴산에 있는 산막이 옛 길을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는 하루를 보내며 2013년 마지막 하반기 목양을 위하여 부교역자들을 격려하고 돌아왔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평상시 같으면 부담이 되어 생각도 못하는 핸드 드립 커피를 커피 전문점에서 구입하여 마셔보는 호사도 누려보았습니다.
좋은 목회자는 좋은 교인들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 세인 교회 공동체가 건강한 목회자들을 만들어가는 좋은 교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