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파일은 좋습니다. 왜냐하면 교역자들이 쉴 수 있는 휴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역의 분주함을 의도적으로 내려놓았습니다. 오전 내내 독서와 음악 감상을 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낮에 내리쬐는 햇빛이 이제는 제법 따가워져서 그냥 맨 얼굴로 나 다니기가 쉽지 않기에 뒤뜰에 나가는 것도 한 낮에는 어려운 데 사월초파일 오후 6시 즈음에는 큰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뒤뜰에 판을 벌리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목 삼겹살 가든파티입니다. 아무런 사역이 잡혀져 있지 않은 모처럼의 여유로운 휴일 오후 시간에 뒤뜰 정원 탁자를 물로 청소했습니다. 겨우내 그 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송진가루로 인해 노랗게 먼지가 앉은 탁자를 물청소를 하고 나니 마음이 개운해졌습니다. 깨끗이 말린 뒤 햇빛을 막기 위해 탁자용 우산을 폈더니 제법 그럴듯한 그림자가 드리운 안식처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설 명절에 이제면 집사께서 보내주셔서 보관했던 목 삼겹살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거창한 파티가 아니라 아내와 전도사님과 함께 오붓한 저녁 만찬을 목 삼겹살 파티로 대신하였습니다. 마침 바람이 거의 없어 고기를 굽기에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신 김치를 불판에 올리고, 준비한 버섯도 함께 굽고, 상추와 깻잎까지 그래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아기자기한 밑반찬까지 구비해서 정말로 오랜만에 여유 있는 만찬을 나누었습니다. 애찬을 하며 지난 4년 동안 걸어왔던 사역의 갈무리를 나누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에벤에셀의 은혜도 회상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복음성가의 노랫말처럼‘그 어느 것 하나 주의 손길 안 미친 것 하나 없네’라는 가사는 나를 위해 만든 감사의 시였습니다. 뒤뜰 조경석(造景石) 사이사이에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영산홍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고, 잔디 구석구석에 핀 민들레와 들꽃의 여유로움을 보면서 지난 세월 세찬 풍파와 고난의 터널을 뚫게 하시고 지금까지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감사했습니다. 뒤뜰 저 편으로 펼쳐 있는 하소동의 아파트들을 보면서 영혼 구원의 어장을 위해 기도하고, 제자 삼으라는 주님의 무언의 명령에 아멘 하였습니다. 교회를 건축할 당시 버려진 땅과 같았던 이곳이 교회가 세워지면서 이렇게 좋은 환경으로 인근을 바꾸어 주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기쁨의 노래를 드렸습니다. 식사를 마칠 때 즈음 석양의 노을을 그으며 넘어가는 일몰 역시,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로움 속에 감사의 한 제목으로 첨부했습니다. 불자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사월초파일인데 너무나도 아이러니하게 저는 그 고타마 시타르타를 만드신 하나님께 감사를 곱하기 했습니다. 부처님 덕분에 하나님의 은혜를 충만하게 경험한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은 정말로 감사의 내용이 무궁무진함에 할렐루야를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다잡이 해봅니다.
이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세인 공동체에 지속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