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단지 지극히 개인적인 신앙 열매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성령의 열매 맺음을 개인적인 신앙의 결과물로 여기는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저자는 성령의 열매 맺음을 단지 개인적인 노력과 수양의 견지를 넘어서 이 세상의 지배 문화와 관련된 것으로 말하고 있다.
즉 기독교 공동체인 교회가 지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통해서 성령의 열매가 맺어지는데 세상의 지배 문화는 그 열매들을 맺는 것을 대적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거래가 판치고 욕망을 조작하며 생산성이 모든 것의 절대 가치가 되는 세상의 문화에 맞서서 교회의 분별력을 강조한다.
성령의 열매는 단지 개인의 영성 훈련을 통해서 맺어지는 열매가 아니다. 성령의 열매들은 사랑을 비롯해서 전부가 '타인 지향적'인 열매들임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즉 그 열매들은 철저히 관계적이고 공동체적인 열매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세상이다. 이러한 자기중심성은 바로 인간을 타락하게 만들었던 죄의 본질적 측면이다. 자신이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욕망, 세상의 중심이 되고자 했던 욕구가 바로 성령의 열매가 지닌 타인 지향성과 대립되는 것이다.
세상의 지배 문화는 이러한 인간의 죄성을 부추기고 그것을 정교하게 매카니즘화하고 있다. 성령의 공동체인 교회가 이러한 세상 문화에 맞서 싸워야 하며 승리해야 하는데 오히려 교회 속에도 교묘하게 들어 온 지배 문화의 가치와 영향들이 복음을 왜곡하게 만들고 교회의 정체성을 변질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는 성령의 열매가 무엇인지에 대한 바른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다른 육체의 열매들을 맺고 그것을 자랑하게 되는 비참한 결과에 이르는 것이다.
그것들의 증거로 교회 안에서도 자기 개발이 성행하고, 믿음을 이용한 성공이 참된 열매로 평가되어지며, 오직 자신이 잘되는 것이 참된 것인 것처럼 간증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지배 문화를 분별하고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온전히 드렸듯이 그 길 가운데 서야 함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하나님나라에 적대적인 지배 문화 한복판에 살면서 성령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아담을 유혹해서 타락하게 했던 사탄은 지금도 여전히 성령의 열매가 아닌 육신의 열매를 맺도록 부추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단지 성령의 열매를 개인적인 영성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단편적인 인식을 넘어서 문화와 관련지어 인식하게 하는 지평을 제공한다. 우리가 날마다 읽고 드리는 말씀과 기도 그리고 예배는 단지 개인적인 영적 활동 이상임을 알게 된다.
저자는 지배 문화 한가운데 서 있는 교회가 어떻게 그것들을 분별하고 성령의 열매를 맺어 갈 것인지에 대한 실제적인 지침들을 제공하고 있다. 시대를 분별함과 함께 성령의 열매를 맺는 것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선명하게 깨닫게 한다.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과 현실에 뿌리내린 실제성은 모두를 감탄하게 한다. 영원한 복음과 우리가 사는 현실 사이에서 냉철한 분별과 인식을 가지게 함으로 관념화된 우리의 신앙을 각성케 하는 귀중한 책이다. 반드시 읽어 보길 강력히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