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8일 금요일 성서 일과 묵상 _ISM 오늘의 성서 일과 시편 91:9-16, 이사야 47:1-9, 계시록 17:1-18, 시편 104:1-9, 24, 35b, 욥기 37:1-24 꽃물 (말씀 새기기) 요한계시록 17:18 또 네가 본 그 여자는 땅의 왕들을 다스리는 큰 성이라 하더라 마중물 (말씀 묵상) 10월 27일에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될 악법 저지를 위한 한국교회 200만 명 연합 기도회 홍보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목적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동성애 반대 등등 굵직한 보수 교단 교회가 줄곧 외쳐왔던 테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좌파 척결이라는 더 큰 목적이 내다보이는 정치적 목적이 주된 목적임을 안다. 펜데믹을 경험한 한국교회는 고사 직전에 있다.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보수 교단의 수장들이 이 모임을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모임에 대한 찬반 논쟁이 매우 뜨겁다. 사안이 중대하다보니 찬반의 대립 구도는 첨예하고 뜨겁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보수 교단의 지도그룹에서는 이 연합 모임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바퀴벌레, 사탄의 하수인들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고 있는가 하면, 진보 교단의 리더들은 이번 행사는 종교의 이름을 빙자하여 수구 정치적 소리를 내는 무지한 자들이 보이는 대단히 위험한 편향적 정치 활동이라고 비판한다. 민주주의라는 틀의 장점은 다양성 속에서 다수가 인정하는 일치를 추구하고 그것에 승복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동의한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각 소리가 있는 게 당연하고, 그 소리는 충돌한다. 동성애를 반대하고 지지하는 목소리가 민주주의 안에 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지지하고 반대하는 소리도 있다. 다만 이 찬반의 양립된 이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나는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10월 27일에 진행하게 될 주최 측의 사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진보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 목사이기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점도 일견 반대의 이유이지만,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주일에 이 행사를 일방적으로 서울에서 치르는 것에 대한 무례함 때문이다. 백번, 천 번 양보하여 이런 행사를 진행하고 주최하는 측이 행사 장소를 서울로 한정했으면 서울에 있는 교회만 모이라고 하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동조하는 교회를 중심으로 말이다.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주일 성수를 목숨처럼 여기며 달려온 종교다. 작금에 예수를 믿는다는 이름으로 살지만, 신앙을 문화 활동의 일부나, 취미 생활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수많은 선데이 크리스천이라는 괴물들이 지천에 깔려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한국교회가 지금껏 버텨온 밑 골격은 주일 성수라는 기본이 아직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일 성수를 목숨처럼 지키려는 적지 않은 지방에 거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무시하는 주일에 서울로 모이라는 행태는 무례함의 극치이자, 불손함의 절정이다. 적어도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를 반대하는 제일 원인이다. 두 번째 반대 이유는 이 모임이 한국교회를 대변한다는 발상 자체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교회는 보수 교단이 잠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보수 교단의 헤게모니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 교단에서 작동하는 일체 사안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폭력이다. 작지만 다른 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한다. 차별금지법 역시 일괄 통과하는 것에 반대한다. 부분의 독소 조항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서와 뿌리를 무시한 채 서구의 실례와 똑같이 차별의 의미를 명시하는 것은 대단히 무지한 일이며 무례한 일이다. 해서 차별금지법의 부분에 동의하지만, 또한 반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는 오늘 내게 주어진 성서 일과를 묵상하다가 섬뜩했다. “네가 본 그 여자는, 땅의 왕들을 압제하는 그 큰 도성이다.” (유진 피터슨, 『메시지, 요한계시록 17:18』에서) 2024년, 이 땅의 음녀가 무엇일까? 나는 단호하게 이렇게 해석한다. 2024년의 음녀는 _ISM이라고. 오래전에 읽었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리위젤의 걸작인 『팔티엘의 비망록』 (원제: The Testament)을 보면 아들 그리샤가 아버지 팔티엘 거쇼노비치에게 어려서 배운 일을 독백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나는 그들에게서(공산주의자들) 볼세비즘, 멘세비즘, 사회주의, 무정부주의란 세 단어를 배웠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주의(_ism)’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이냐고 여쭈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이렇게 답해 주셨습니다. 그건 혼인 준비하고 있는 변덕스러운 여자 같은 거란다. 왜? 앞의 단어에 따라가고 있는 거니까”(엘리 위젤, 『팔티엘의 비망록』, 배현나역, 주우, 63쪽) 나는 오늘, 이 땅에 드리워진 _ISM이라는 음녀를 민감하게 바라본다. 그리스도인이 ‘_ISM’의 망령이라는 음녀에게 잠식된 영적 상태가 못내 쓰리고 아프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새벽 예배에 교우들과 함께 나눈 묵상 말씀이 오롯이 다가온다. “그리스도의 은혜로 너희를 부르신 이를 이같이 속히 떠나 다른 복음을 따르는 것을 내가 이상하게 여기노라 다른 복음은 없나니 다만 어떤 사람들이 너희를 교란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변하게 하려 함이라 그러나 우리나 혹은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갈 1:6〜8) 음녀 ‘_ISM’이라는 다른 복음이 통치하는 이 땅과 교회를 보면 엎드리지 않을 수 없다. 키리에 엘레이손! 두레박 (질문) 주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초석 위에 세워진 교회를 교회로 인정하고 있는가? 손 우물 (한 줄 기도) 교회의 머리이신 하나님, 교회를 교회 되게 해주십시오. 나비물 (말씀의 실천) 세인교회를 하나님의 교회로 만들어가는 데에 물러서지 말자. 하늘바라기 (중보기도) 주님, 중동이 어디까지 갈지 캄캄합니다. 적어도 전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만큼은 보호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