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사 시대에 읽는 사사기 2』 추천의 글 (1)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첫 번째 감정은 당혹감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접해 보았던 어떤 글이나 책과는 다른 새로운 장르의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떨 때는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논의를 펼칩니다. 그러나 학문적인 논의는 어느새 우리의 내면을 내밀히,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리고 예리하게 들여다보는 성찰로 바뀌어 있습니다. 성경 본문에 대한 성실한 주해와 그에 토대한 성찰로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 저자는 또 어느새, 인문학의 글들을 통해 하나님의 아름답게 창조하신 온 세상에서 자신의 형상으로 만드신 사람들이 보여준 지혜와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시각을 돌립니다. 저자는 독자의 시선을 나에게서 돌려 세상을 향하게 하더니, 이제는 교회를 향한 사랑으로 우리를 초청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깊을수록 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사사기에 대한 여러 글을 읽었지만, 이런 장르의 글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장르를 접한 당혹감은 호기심으로, 그리고 그 호기심은 어느덧 놀라움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놀라움 앞에 새로운 장르에 대한 낯설음과 본문 해석에 대한 저와는 다른 견해들에 대해 저자에게 드리고 싶은 질문들은 작은 문제가 될 뿐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경험한 놀라움의 근원은 무엇일까를 질문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저자 스스로 표현하듯이 “교회라는 현장에서 어언 40년을 부대끼며 목회자라는 직을 갖고 살아온 필자”의 삶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기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역사를 목도하며 목회자로 살아온 저자의 한결같은 삶에 뿌리를 둔 통찰은 지나간 하나님의 역사를 배경으로 성경 본문을 살피는 학자에게는 어렵고 낯설지만 놀라운 것이었고, 놀라운 만큼 종종 부러운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본문 자체에 집중하느라 더 넓은 성경 전체 이야기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에는 시간을 쓰기 어려워하는 제가 은희경의 『새의 선물』, 박완서의 『세상에 예쁜 것들』, 정호승의 『새벽 편지』, 나희덕의 『유리병 편지』와 같은 글을 사사기와 버무려 읽는 것은 평소 상상하기 힘든 맛이었습니다. 사실 여전히 그 맛들이 마냥 맛있기만 하지는 않지만, 저자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맛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입맛을 바꿀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 『신-사사 시대에 읽는 사사기 2』를 쓴 것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갖고 사는 모든 이들이 영적 분별력을 잃지 말고 살자는 의도"라고 말합니다. 제목이 웅변하는 대로 사사 시대는 지나간 시대가 결코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기에 저자가 의도한 대로 이 책을 읽으시는 모든 독자들이 영적 분별력을 잃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분별력을 함양케 되기를 바랍니다. 당혹감으로 시작했지만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이어진 저의 경험을 다른 독자분들도 경험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단순한 성경 해석서나 신앙 서적을 넘어, 우리 신앙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키는 고민스럽지만 특별한 여정으로 초청합니다. 저자의 40년간의 목회 경험과 인문학적 통찰이 어우러진 이 책은 우리가 “신-사사 시대”의 황폐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분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알아보는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그 안내를 잘 따라갈 때 “내 소견”이 아닌 한 분 “주군의 뜻”만을 구하며 살아가는 힘들지만 묵직하고, 어렵지만 도전이 되는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성민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원장, 『사사기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