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월요일 묵상

긴 옷 좋아하지 말자

오늘의 성서일과

역대하 6:12-42, 요한일서 5:1-21, 하박국 1:1-17, 누가복음 1:1-47

꽃물 (말씀 새기기)

누가복음 20:45-47

모든 백성이 들을 때에 예수께서 그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원하며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회당의 높은 자리와 잔치의 윗자리를 좋아하는 서기관들을 삼가라 그들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하니 그들이 더 엄중한 심판을 받으리라 하시니라

마중물 (말씀 묵상)

어제 대강절 두 번째 주일을 지키면서 로브(robe)를 입었다. 1년에 로브를 입는 주일이 그리 많지 않다. 절기와 성찬 예식, 결혼 주례 그리고 장례식 발인 예배 때 로브를 입는다. 혹여나 가볍게 여기는 예전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고육지책이다. 개신교회 목사가 로브를 입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신학자들이 더 적확한 지침을 주어야 하는데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로브 착용에 대한 실천신학적인 지침은 이현령비현령이다.

어쩔 수 없이 목회자 개인의 성향과 철학에 따라 로브 착용이 결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사정이 이러기에 나 또한 로브를 입을 때, 적지 않는 부담감을 갖고 입는다. 목사가 입는 성직의 예복이 가운(gown)이 아니라 로브(robe)이어야 함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언제나 로브 착용은 부담스럽다.

예수께서는 긴 옷을 입고 다니던 산헤드린 소속 유대 종교지도자들을 삼가라고 경종하셨다. 그들이 받을 심판이 더 중할 것임을 시사 한 누가가 전한 복음서의 예시가 더 더욱 로브 착용을 신중하게 만든다.

기독교 텔레비전을 아주 가끔 시청하는데 우연히 마주친 교회의 주일 낮 예배 시간에 교회 예배당에서 박사 가운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서서 설교하는 일부의 사람들을 보면서 아연실색한다. 로브를 입는 것조차도 적지 않은 부담인데 도대체 어떤 뇌의 구조를 가졌기에 강단에 박사 가운을 입고 설교자로 선단 말인가!

대학원 학위 과정 중에 강의하던 선생님이 목사는 ‘Senior pastor’ 라는 외형성에 집착하지 말고 ‘pastor in charge’ 라는 내면성에 천착하라고 가르쳐 주셨던 교훈을 잊지 않고 사역하고 있다. 긴 옷 입는 것 자체를 경종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오늘은 크게 내게 울린다.

두레박 (질문)

나는 외형적 모양새에 집착하는 목사인가? 내면적 영성에 천착하는 목사인가?

손 우물 (한 줄 기도)

대강절 두 번째 주간을 살게 하신 하나님,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한 이번 주간이 되게 하옵소서.

나비물 (말씀의 실천)

갑각류 목사가 되어가도록 나를 포장하는 일체의 갑각들과 맞서 싸우자.

하늘바라기 (중보기도)

어제 교우들에게 ‘말을 걸어오시는 주님’을 설명하기 위해 불트만의 용어인 ‘Anrede’를 전했습니다. 이번 한 주간, 세인 공동체의 지체들과 종을 붙들어 주셔서 말을 걸어오셔서 교제하시는 하나님을 민감하게 체휼하는 은혜로운 주간이 되게 하시옵소서. 더불어 고용주와 피고용인 상생하는 지혜를 주십시오. 하나님, 기득권을 갖고 있는 자들이 횡포를 부리는 나라가 아닌 모두가 같이 살아가는 나라가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