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목요일 묵상 미가야가 그리운 시대 오늘의 성서일과 시편 46편, 누가복음 1:68-79, 역대하 18:12-22, 예레미야 21:1-14, 히브리서 9:23-28 꽃물 (말씀 새기기) 역대하 18:13 미가야가 이르되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곧 그것을 내가 말하리라 하고 마중물 (말씀 묵상) 미가야의 영적 자존감인가? 아니면 객기인가? 자문해 보았다. 아무리 양보해도 전자다. 대세는 여호사밧이 아니라 아합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합에게 붙어야 유리하다. 생존에도 그렇고, 삶의 미래에도 그렇다. 하지만 미가야는 그 반대의 방향성을 선택했다. 아합의 귀에 듣기 좋은 말로 아첨하지 않았다. 도리어 추상같은 서릿발 신탁을 전했다. 개역개정판에 기록된 본문의 내용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길르앗 라못 전투가 벌어지면 아합 당신은 죽을 거다.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궁정 예언자이자, 당대 정치권력인 아합과 야합했던 관제 예언자 시드기야가 미가야의 뺨을 치며 상황을 돌리기 위해 애쓰지만 하나님과 전혀 관계가 없는 영적 자격 미달의 예언자가 무력시위를 한 것이 무슨 힘과 의미가 있겠는가? 길르앗 라못 전투에서 아합은 죽고, 여호사밧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며 대패를 당한다. 소위 말하는 예언자 중에 吉 예언자가 있는가 하면, 凶 예언자가 반대편에 있다. 언제나 吉 예언자는 승승장구한다. 그의 길은 탄탄대로다. 반대로 凶 예언자의 삶은 至難하기 짝이 없다. 고난의 연속이고,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영약하게 얍삽한 자들은 결코 흉 예언자의 길에 서지 않는다. 신학생 시절, A,J 크로닌의 걸작 ‘천국의 열쇠’를 만났다. 이 위대한 작품을 만나면서 나는 어떤 목회자가 되어야 하는지 큰 밑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다. 안셀름 밀러, 이 자처럼 사는 것에 대한 유혹이 왜 없겠는가! 승승장구, 탄탄대로였는데…. 하지만 립 서비스가 아니라 그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프랜시스 치셤, 그래 이 자처럼 사역하는 게 맞아, 젊은 날 여러 번을 곱씹었는데 나는 그 길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내 꼴이 좀 거시기하다. (ㅎㅎ) 페스트로 죽어가는 탈록, 수많은 사람들이 흑사병으로 죽어가는 지옥의 아바규환 속에서도 아픈 자들을 위해 자기 생명을 건 자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가톨릭 교인도 아니었고, 개신교인도 아니라 무신론자였다는 점에서 치셤은 치를 떨었다. 신부로 느끼는 자괴감은 원자폭탄 급이었다. 무신론자 탈록이 숨을 거둘 때 나누었던 이 소설의 한 장면은 오늘 내가 목사로 살면서 교리가 우상이 되어 진정한 하나님의 뜻을 바로 보지 못하는 영적 소경은 아닌가를 눈떠주게 한 적어도 나에게도 말 그대로 폭탄이었다. 회개하지 않고 죽는다는 탈록에게 전한 치셤의 그 한 마디는 예언자의 음성이 되어 나를 때렸다. “인간의 괴로움, 그게 다 회개하는 행위라네!” (크로닌, “천국의 열쇠”, 섬앤섬, 376) 시대의 목사로 사는 게, 참 어렵다. 정말 어렵다. 밀러가 들끓고 있는 오늘, 치셤은 별로 보이지 않아서 말이다. 두레박 (질문) 또 한 번 처절하게 질문한다. 나는 밀러인가? 치셤인가? 손 우물 (한 줄 기도) 살아계신 하나님, 오늘 우연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이 글이 목사로 사는 저를 다시 오롯이 경성하게 하는 울림이 되어 아멘 했습니다. “인간은 어떤 존재입니까? 종종 욕망의 포로가 되어 다투고 미워하며 그 결과로 고유의 빛과 품위를 잃곤 하지만 우리는 군림할 때보다 섬기고 봉사할 때 비로소 참 기쁨을 누리게 되어 있음을 아는 신비로운 생명체입니다(마가복음 10:42) 분명히 말씀드리거니와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협력자요, 이웃을 어루만지는 구원자로서 이 땅에 파견된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남은 사역의 목회 여정, 이 정신으로 살게 하시고, 목양하게 하옵소서.
나비물 (말씀의 실천) 하나님보다 사람을 기쁘게 한 일을 내치게 하시고,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드리는 삶을 찾아보자. 하늘바라기 (중보기도) 오늘,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을 위로하시고, 과정에 충실했던 아이들을 결과에 상관없이 격려하여 주십시오. 저들이 숨을 쉬는 나라가 되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