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연차 총회 개회사
제 13회 연차총회(구 사무총회)를 여는 새 해 첫 주일이 제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주일입니다. 2020년 한 해를 버틴 것에 대한 감사와 회한이 몰려온 주일이고, 2021년을 시작하면서 2020년의 뒤안길을 다시 밟아야 하는 비극이 없어야겠다는 결의(決意)의 주일이기도 하며, 그럼에도 2021년에는 지난 한 해 전혀 행하지 못했던 사역을 다시 감당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겹쳐진 주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청정도시라는 말을 다시는 끄집어 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제천의 오늘을 보았기에, 더불어 코로나 19의 공격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긴장을 끈을 놓을 수가 없는 상태에서 2021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러기에 제게는 먼저는 우리 세인 지체들의 건강과 안녕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또 질문해야 하는 숙제가 있고, 또 한 편으로는 지역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있어서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는 또 다른 부담감을 안고 출발하는 새해가 되었기에 담임목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영적 전투 속에 있습니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수없이 많은 슬픔과 아픔을 남기고 우리 곁에서 사라졌습니다. 재 강조하지만 새롭게 맞이한 새해의 첫 주일에 우리들의 영적인 허리띠를 여전히 조여 매야 하는 이유는 2021년도 지난해의 속편이 될 수 있는 위험한 가능성이 여전히 잔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저는 2021년 우리 세인 교회가 추구해야 하는 목표를 지난 해 9월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두 번째 셧-다운으로 많이 힘들 때, 2021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사정이 이런데 우리는 전무했던 지역 사회에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는 제 3차 쇼크를 당해 거의 빈사상태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모름지기 2021년은 코로나 19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아야 하는 해가 될 것이 자명합니다. 제천은 더 더욱 그렇습니다. 타격을 입을 대로 입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의 한 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처럼 그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분명한 자각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2021년에는 무언가 목회적인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난 3개월은 평소보다도 더욱 간절한 기도로 살아 냈던 것 같습니다. 한 편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많은 목회 연구소에서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는 2021년 목회의 패러다임은 ‘all-line’목회입니다. 충분히 공감하는 문제제기입니다. 풀자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함께 병행하는 목회를 계획하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물론 교과서적인 원론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적입니다. 문제는 이런 목회 공식이 모든 교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역 교회의 위치, 문화적인 수준, 성도의 구성 분포도, 목회자 및 성도들의 이념적 성향, 교단적인 색깔, 주류적인 사역의 연령층, 성도의 규모와 지적 수준 등등에 따라 얼마든지 가변성이 있는 것이 교회이다 보니 천편일률적으로 목회연구소에서 가동하는 시스템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한국 교회의 현 주소이자 딜레마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여론적인 분위기와 대세에 따라 하는 수동적인 목양의 자세가 아닌, 세인교회의 정체성에 맞는 코로나 19 이후의 목양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천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점을 세인 공동체가 각인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2021년 세인 공동체의 길을 ‘ad fontes’ 즉 ‘다시 기본으로’ 라는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 표어는 선동하는 구호가 아닙니다. 이 구호는 겉으로 멋을 내기 위한 표제가 아닙니다. 작금은 엄청난 영적 전쟁의 시기입니다. 코로나 19 이후, 외적으로는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와해시키려는 물리적 현상이 더 강해지는 시기일 것이며, 내적으로는 신앙 공동체에 속해 있는 불신앙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세속적 공동체와 동화되어 함께 무너져가는 무리들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울한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세속적인 노도의 물결에 민감한 영성을 갖고 맞서는 ‘남은 자 공동체’가 존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의 준동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무너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군의 사명을 이어가며 전화위복의 견고한 그룹으로 재탄생하는 램넌트(남은 자)들이 만들어지는 절체절명의 시기가 될 것도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인 교회를 책임지고 섬기는 저로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영적 정체성의 견고함을 재정립하는 사역이어야 함을 알기에 ‘다시 기본으로’ 성도 공동체를 세워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코로나 19 이후 시대의 영적 보폭 맞추기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9월에 교우들과 다시 영적 기본기를 갖추기 위한 5가지를 세미하게 나누었습니다. Sola scriptura (오직 성경만으로), Solus Christus (오직 그리스도만으로), Sola Gratia (오직 은혜만으로), Sola Fide (오직 믿음만으로), Soli Deo Gloria (오직 하나님께 영광만)로의 진입을 역설했습니다. 미리 선점한 이유는 이것을 2021년 세인교회 목회의 하드웨어로 설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연차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올라간 기도원에서 읽은 팀 켈러가 쓴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를 읽다가 눈을 번쩍 뜨게 한 그의 일갈을 만났습니다. “그리스도의 평강은 부정적인 생각을 쫒아내는 데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평강은 부정적인 생각들의 부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로부터 시작한다.”(p,471) 2021년을 살아내면서 결코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할 은혜로 팀 켈러의 조언을 건져 올렸습니다. 코로나 19 이후가 만만하지 않을 것은 앞서 거론한 대로 그대로입니다. 다만 아무리 펜데믹 공포의 엄습함이 깊고 커도 그리스도 예수께서 임재하실 때 주시는 평강과 감히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세인 공동체가 기본으로 서면 하나님의 임재가 충만할 것을 믿으며, 이 영적 공식에 충실한 2021년을 우리가 살아내면 우리 교회는 남은 자의 영성을 견지하며 쓰러지고 있는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이 땅 제천에서 이미 임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며, 아직 오지 않은 감격의 그 나라를 소망하는 공동체로 아름답게 서가는 한 해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런 담대함으로 저는 ‘다시 기본으로’ 세워져 갈 세인 공동체의 2021년 목양의 큰 틀 두 가지를 목회 계획 보고에서 제시할 것입니다. 이 시대 최고의 구약학자라고 말하는 월터 브루그만 교수가 선언한 확신이 제 확신이기도하기에 소개하며 제 13회 연차총회 개회사를 갈음할까 합니다. “하나님이 코로나 19를 일으키신 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지만, 복음의 하나님이 그 바이러스로 말미암은 위기 안에, 그와 함께 그 아래에 계심을 신뢰할 수는 있다.” (월터 브루그만,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 IVP, 2020,125.) 이것을 믿기에 하나님이 주시는 이 신뢰로 2021년은 넉넉히 이기는 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정황이 될 것 또한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세인 지체 여러분! 이 희망을 안고 출발하십시다. 같이 보폭을 맞추십시다. 담대하게 같이 걸어가십시다. 이 꿈을 함께 꾸며 나아가는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제천세인교회의 제 13회 연차총회(구 사무총회)가 개회됨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선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