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앞에 서 있는(Vor-Gott-stehn)’ 나 자신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나는 위탁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안다면, 나는 이 두개의 조화될 수 없는 정립을 두 개의 분할된 타당 영역에 돌림으로써 내가 살아가야 할 모순(Paradox)에서 벗어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서재에 꽂혀 있는 빛바랜 마틴 부버의 ‘ICH UND DU’에서 읽어낸 보석이었다. 신학교 졸업반 시절에 조만 교수의 공격적인 소개로 접했던 이 책을 들추다가 발견한 이 문장 때문에 현장을 향해서 나가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31년 동안 정글 같은 목회 현장에서 성도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만났던 수없이 많은 패러독스가 있었지만 굴하지 않았던 한 이면에는 부버의 역할이 컸다. 앞으로 남아 있는 정년 동안에도 또 그렇게 이겨낼 것 같다. 다음 학기 강의를 준비하다가 끄집어 낸 ‘ICH UND DU’의 책면에 밑줄 긋고 새겨놓은 사족을 보면서 30여 년 전, 내가 얼마나 목회를 앞두고 치열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하는 묘한 감동을 받았다. 해서 남은 목회의 여정 또 그렇게 달리기 위해 옷매무새를 동시에 여며본다. 서재에 울려 퍼지는 Libestraum 이 장엄하다. 또 한 주간을 달려가야 하는 월요일 밤 서재는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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