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선 목사의 추천의 글
오래 전 그가 밀양의 대곡교회란 곳에서 사역하던 때였습니다. 겨울 어느 날인가, 친구인 그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고, 이삼일 가량을 머물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떠나오던 날, 그와 그의 아내가 배웅을 하며 찍었던 사진에 담긴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아침녘이라 아직 서릿발이 가시지 않은 논두렁에 꼬∼옥 팔짱을 끼고 서 있던 두 사람, 대곡리란 마을에서 하나님의 사람들과 ‘함께 살이’를 시작한 그이들의 모습이 그가 지금도 곰씹고 있는 촌스러움이었을 런지 모르지만, 그러나 저에겐 몇 십 년이 지난 이제까지도 사역자로서 제일 멋진 친구네의 한편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때에 예수께서 그 여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서워하지 말아라. 가서, 나의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러면 거기서 그들이 나를 만날 것이다”(마 28:10 / 새번역)
무덤을 찾아간 여인들이 만난 예수, 예수께서는 부활한 자신을 목격하여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그들에게 제자들에게 갈릴리에서 만나자는 당부를 전합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왜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셨을까? 아니, 그보다도, 예수 당신께서는 왜 갈릴리로 가시려는 것일까요?
이목사가 종종 ‘시골목사’라 자칭하는 것을 들으며, 저의 기억에 담겨 있는 대곡에서의 조금(?)은 촌스러웠던 그가 떠오릅니다. 2016년 봄 ‘목양일기’에서 “1990년 11월 밀양군 초동면 대곡리는 더운 지역이었지만 추웠고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단독 목회경력 2년이 필요했고, 그렇게 만난 저의 단독 목회 사역지는 지금까지의 사역지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 있는 경남 밀양의 대곡교회입니다.”라고 고백하듯 그에겐 아마도 ‘대곡’이 자신의 성찰과 영성의 순례 그 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합니다.
그런 그에게로부터 예수께서 갈릴리로 가시고자 한 그 마음이 오버랩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골목사의 김기석 글 톺아보기’
저자로부터 추천사를 부탁받고는, 친구로서 보다는, 나름 독자로서 그의 글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저자가 “김기석을 만나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김기석과 무엇을 나누려는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김기석의 순례, 그 순례를 함께 가려는 듯 흥분에 찬 저자를 보았고, 순례의 동행을 멈추지 않기 위해 봇짐을 단단히 들쳐 매는 결기도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보다 김기석이란 징검다리를 딛고 건너 마침내 촌스러웠던 시절 그러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그 곳 ‘대곡’으로 가고픈 저자의 애절함을 목격합니다.
아주 낮은 곳이라도 그의 말대로 주군의 말씀이 머무르는 곳, 존재의 근원과 하나 됨의 희열을 누리는 고독이 가득한 곳, 심고 기다림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실감할 수밖에 없는 곳, 그래서 저자의 마음 한 편에 묵직함으로 남아 있음이 눈에 선합니다.
예전, 예수께서 가려했던 그 곳
그리스도인이라면 함께 가야만 하는 그 곳
모든 순례의 끝이 닿아 있는 그 곳
‘시골목사의 김기석 글 돌아보기’는 제작년 가을에 나 온 저자의 ‘시골목사의 행복한 글 여행’과 더불어 ‘그 곳’을 향한 길에서 우리의 동행을 부르는 초대장이 틀림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 안에도 ‘그 곳’이 있었고 그래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놀래 킨 친구인 그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이제 곧, 언 땅이 녹으며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입니다. ‘시골목사의 김기석 글 돌아보기’와 함께 하는 이들에게 신앙의 새싹이 돋는 기쁨이 이루어짐을 믿습니다.
봄이 기다리려지는 계절에.